예전에 산에 다녀오면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오는데 함께 간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여기 우리가 온 길 맞아요? 이런 풍경이 있었나?”
저도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이 길뿐인 것 같은데,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사실, 길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오르는 데만 정신을 쏟다가 풍경은 보지 못한 것이죠. 그래놓고는 길이 맞네, 아니네 했던 거지요. 내려오면서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죠.
“참, 오를 때는 그저 오르는 것밖에 몰라서 풍경을 다 놓쳤네요. 산이나 삶이나 다를 게 없네요.”
그러자 따라 내려오던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런데, 풍경을 즐기며 오르다가는 정상까지 못가겠죠. 산 중턱 어디쯤에서 돌아와야 하겠죠.”
체력이 굉장히 좋다면야 뛰어오르며, 풍경도 보고 정상에도 오르겠지만, 저는 아쉽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요즘 저는 정상에 한번 올라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해야 동네 뒷산, 산책 거리밖에 안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 어떤 순간보다 가파르고 험준해서, 풍경을 살필 여유가 없습니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끔이라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살아가며 보고도 못본 척 지나쳐버려 죄송합니다.
아마, 정상을 거쳐 내려오는 길에는 아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보지 못했는지, 왜 지나쳐버렸는지.”
부지런히, 다녀오겠습니다. 대체 산 꼭대기에는 뭐가 있는지, 금방 보고 오겠습니다. 마냥 빈둥거리기 좋아하는 주제에 어째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지, 저 자신도 모르겠지만, 무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이라도 이렇게 편지 하겠습니다.
- 밤 10시, 강남의 어느 사무실에서 김종빈 드림.
추신, 작은 이야기책을 하나 엮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