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피어나는 빛

모두의 마음엔, 언젠가 녹아내릴 눈 한 송이가 숨어 있어요

by 지구 외계인

그 겨울,

나는 깊이 잠들었어요.

회색 숨이 따뜻해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조금만 더 눈을 감고 싶었어요.

밖은 서늘했고,

내 마음도 서늘했거든요.


어둠이 오래 흐르자

동굴 벽 틈새가 희미하게 밝아졌어요.

누군가 성큼 다가온 것도 아닌데

작은 온기가 등을 가만히 누르더군요.


“괜찮아질 거야.”


누가 속삭였을까요?

아마, 오래된 깊은 내면의 나 일 거예요.



몸을 일으키는 순간

뼈마디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났어요.

조금 아팠지만,

그렇다고 멈추고 싶진 않았어요.


외계인 친구가 동굴 입구에 서 있었어요.

울퉁불퉁한 손을 내밀며 말했죠.


“천천히, 네 속도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으니까요.


발끝에 살구빛 바람이 스쳤어요.

풀잎이 머리를 들며 나를 반겼어요.

서둘러 웃지 않아도,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디지 않아도 되었어요.


평온은,

걸어가는 동안

천천히 곁에 머무는 거더라고요.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나는

늦게 피어나는 마음들을 재촉할 수 없어요.

대신 작은 빛을 한 줌씩 건네기로 해요.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봄을 맞아.”


그 말이

당신과 나를 잇는 다리가 되길 바라요.


지금,

아직 동굴 속이라도 괜찮아요.

잠은 죄가 아니라 숨 고르기니까요.


당신 마음의 눈이 녹을 때까지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약속해요.


우리,

각자의 겨울이 끝나면

조용히 손을 흔들며 만나기로 해요.


밝은 빛은 결국

누구에게도 도착하니까요.


— 지구에 잠시 머무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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