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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밤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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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imoriho Feb 18. 2023

My funny valentine

파리에서. 그녀와 나.










종일 비가 내리려나. 가려던 미술관도 타려 했던 보트도 아무것도. 그냥 걷기만 했다. 저 멀리 장난감 모형처럼 작아진 에펠타워를 구석 벤치에 앉아 그녀와 바라보았다. 그곳은 내가 전부터 좋아하는 자리였지만 나 때문에 파리에 온 그녀에게 소개하기란 그날따라 미안한 마음이었다.




카페.


크림브륄레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을 때, 유리벽 너머 테라스에 앉은 커플이 우릴 향해 포즈를 취했다. 우리는 벽의 방해 따위는 상관없이 몸짓으로만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었고,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에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눈주름이 빛났다.




밤.


여전히 비가 내렸다. 방금 오픈한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나눠 주어 한 조각씩 들고 서서 먹었다.


비 맞으며 먹는 우리 모습이 재밌어


- 우리 진-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 근데 생각해 보니 오늘 밸런타인이잖아?


어쩐지 남자들이 꽃집에 줄을 서있더라니.


- 이런 걸 프랑스 답다고 해야 하나?




두 여자의 들뜬 발걸음.




도착한 레스토랑에는 자리가 없어(역시나!) 구석 테라스에 앉았다. 차가운 밤공기에 금세 식어버린 타코. 맥주를 들이켤 때마다 추위에 몸이 떨렸다. 그러나 그럴수록 즐거웠다. 그럴수록 완벽해졌다. 식은 타코는 우리의 온도와 적절히 맞았고, 우리는 비까지 함께 맞았으니. 게다가 여긴...

파리였다!





(파리가 싫다던 그녀와 파리를 떠나고 싶었던 나의 funny valentine. 그날의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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