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족 쪼꼬
오늘도 소파 옆자리에서 독특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 쪼꼬. 햇빛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이는 부드러운 털을 만지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그 부드러운 유혹에 넘어가 곤히 자고 있는 쪼꼬를 깨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로는 괴롭히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지만 손이 제멋대로 움직여 어느새 쪼꼬를 쓰다듬고 있다. 속으로 귀여운 너의 잘못이라는 말과 함께.
쪼꼬와 가족이 되고 난 뒤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지도 못하고 집 안에 있는 게 너무 답답하지는 않을까. 풀 냄새, 나무 냄새를 즐기지 못하고,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사람과 함께 지내며 그 삶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과연 지금 행복한 걸까? 이 모든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고양이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집 안으로 들이고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정말 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늘 자유를 추구하며 억압을 못 견디는 나이기에, 쪼꼬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함께 하고 싶은 건 내 욕심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고민이 무색하게도 쪼꼬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배를 뒤집고 편하게 잠을 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서로에게 적응해갔다. 만약 마당에서 사는 일 년 사이에 쪼꼬가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면 지금처럼 가족이 될 수 없었을 텐데 고맙게도 쪼꼬는 일 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 주었고, 밖에 살면서도 나에게 의지를 해주었기에 함께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어제는 쪼꼬의 옛날 사진을 보다가 마음이 울컥했다. 처음 만났던 2년 전에도 참 예쁘고 착한 고양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많이 말라 있었고, 털도 까칠해 보였다. 눈에는 눈곱이 끼어 있고 표정이 어딘지 슬퍼 보여 마음이 아팠다. 그 사진을 보다가 옆에서 배를 내밀고 자고 있는 쪼꼬를 보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처음 만난 그 해 겨울, 그 추운 겨울을 밖에서 보냈을 쪼꼬에게 미안했고, 두 번의 새끼를 낳고 잃을 동안 밥을 챙겨주는 것 밖에 해준 게 없어서 미안했다.
내 옆에서 안심하고 잠을 자줘서 너무 고맙고,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얼굴로 낮과 밤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 처음엔 쪼꼬에게 가족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쪼꼬를 보살피는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쪼꼬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고 있는 나를 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쪼꼬 잘 잤어~?'라고 안부를 물어보고, 장난감 옆에 앉아 있으면 장난감을 흔들어 주고, 간식을 먹고 싶어 하면 간식을 꺼내 준다. 쪼꼬는 매일 자기 전에 꾹꾹이를 하고, 자고 일어나면 또 꾹꾹이를 하며 그르렁 대고, 종종 배를 만질 수 있게 자세를 취해준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애정을 표현하며 하루, 이틀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일 년이 훌쩍 넘었다. 잔병치레 없이 건강해줘서 고맙고 또 고맙다. 방으로 들어오니 쪼르르 따라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쪼꼬. 어제도 오늘도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 가장 좋은 가족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