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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꺼리 May 15. 2016

내가 즐거운 일을 그들도 함께하기란?

6개월같은 11일을 보낸 파리, 바르셀로나 여행기

  저는 매일같이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그들의 기쁨이 저의 기쁨이다 생각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교사입니다. 저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합니다. 가난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너무 공부를 못해서 매일 선생님과 부모님께 야단 맞던 기억, 너무 공부를 잘 하는 누나때문에 항상 친척들 모임이나 부모님의 행사에 따라가면 비교당하던 모습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 시간에도 쓰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런 과거의 어려웠던 기억이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더군요. 

  여행이라는 것 또한 저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현재를 보면서 불행한 과거는 그로인해 행복한 현재를 만든 튼튼한 자산으로, 즐거웠던 과거는 지금 다시 느끼고 웃을 수 있는 든든한 자산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도 여행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우리 가족이 아닌 타인들과 여행을 같이 하였습니다. 삶은 공유해야 즐겁다는 저의 소신을 실천해보기 위해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었지요. 저를 포함하여 동료 7명과 동료의 자녀 3명, 동료의 동료 2명. 이렇게 12명이 모여 한 번도 해보기 힘들다는 여행을 계획해 보았습니다. 

  집사람과 주위의 친구들은 모두 저의 이런 계획을 반대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여행다녀와서 헤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니 절대 여행을 같이 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죠. 사실 저도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10번에 걸친 가족 여행의 경우에는 일이 잘 되지 않더라도 혈연이라는 끈끈한 인연이 있었기에 같이 이겨나가면 되지만, 처음보는 사람과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제가 여행사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스는 어디로 하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또 어떻게 하지?", 

  "여권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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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고민과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하나 명확하게 결정되는 것이 없더군요.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항공권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지요. 그리고 일단 코스는 작년에 가족들과 같이 다녀왔던 곳으로 정하고 현지에서 방황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같은 곳을 2번 가는 것이 저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집사람의 만류도 있었지만, 제 자신이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일행들의 안전과 만족이더군요. 그렇게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거치는 11박 13일의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여행을 5개월 남기고 차근차근 일정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구글맵을 이용하여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장소를 검색하기 시작하였지요. (https://goo.gl/MqiXcI)

유럽여행 구글 지도


숙소가는 안내표                                                                                        지하철로 숙소 가는 방법 


  3달에 걸쳐서 날짜별로 가볼 곳을 30분 단위로 나누어 확인하고 구글 지도를 통해서 걸어갔을 때 걸리는 시간과 지하철을 이용할 때 걸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동선을 짜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숙소를 결정하였지요. 사실 작년에 가족들과 여행왔을 때에는 몽파르나스 근처에 있는 호텔을 정해서 여행을 하였는데, 호텔의 특성상 12명이 같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호텔을 찾아보는 것보다는 한인민박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한 집에 12명을 받아줄 수 있다는 주인장의 허락을 얻고 나서 파리에 숙소를 정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숙소는 정말 우연히 정할 수 있었는데,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이동하기 위해 유럽을 운항하는 저가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는데, 자동으로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12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추천해주었습니다. 그 전에는 12명이 같은 방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저렴한 물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나보다 생각하였지요. 다만,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을 하면 나중에 취소나 문제가 생길 때 저의 짧은 영어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여 국내에서 사용하는 호텔검색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방이 4개짜리인 40평형대 레지던스 호텔을 예약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지요. 


  일행들은 벌써 마음이 들떴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과 한 번도 유럽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없는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여권조차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여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즐거운 일을 그들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기쁨은 저의 수많은 고민을 이겨내고도 남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비록 그들이 저의 잘못된 계획으로 설령 일을 그르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얼굴로 하루하루를 즐기는 표정이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보석같은 표정이었습니다. 매일 같이 근무하는 사람과는 어떻게 즐겁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만나지 못하는 동료의 친구들과는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불행히 파리에서 테러가 나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모두 여행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드디어 시간은 흘러흘러 여행 가는 당일이 되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공항에 모여들었습니다. 여행에 관해 날짜별로 가볼 곳과 여행지에 대한 안내서, 그리고 항공권을 비롯한 음악회, 공연 관람권까지 포함된 책자를 나누어주고 13일간의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12시간 정도 되는 긴 시간 동안 좁은 비행기 안에서 견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힘들다거나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더군요. 아마도 여행이라는 기쁨이 주는 마약을 잔뜩 들이켜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니 저도 처음 가족과 여행을 떠나던 싱가포르행 비행기 안이 떠오르더군요. 

 

  일행 중 영어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은 중학교 1학년짜리 남자 아이였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겨우 인삿말 정도를 나눌 수 있는 영어를 구사하기에 무엇을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못할 일이 없다는 듯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파리에서 에팰탑 찾기에 성공....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눈으로 직접 만난 에팰탑.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평생 책에서만 보던 에팰탑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다니. 비록 테러로 인해 3층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직접 걸어서 올라가본 에팰탑. 일행들은 생애 최고의 즐거움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그날 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 값비싼 핸드폰을 도난당하고 일행이 나뉘어서 서로를 찾는 어설픈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숙소를 찾는데 성공하고 길고 길었던 여행의 첫날을 그렇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늦은 저녁을 숙소에서 먹고 자리에 누워서 작년 겨울에 찾았던 에팰탑과 오늘 찾았던 에팰탑을 다시 기억 속에서 비교해보았습니다. 남들에게는 그냥 에팰탑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가슴에 평생 묻어둘 마음 속 선물이 아닐 수 없었지요. 학술답사에서 저녁 식사 시간 이후 동료 몇 명과 도쿄의 도쿄타워를 보러 갔을 때에는 '이것이 해외 여행을 다니는 이유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에팰탑을 보면서 어린 시절 학교다니는 내내 '난 커서 우리나라를 벗어나 세계를 여행하면서 폼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였던 생각을 떠올리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에팰탑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삶이 결코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인생이 아님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여행 내내 동료들과 다툴 수 있을 것이라는 긴장감은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이런 긴장감으로 인해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욕구들을 조화시킬 수 있었던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는 것은 여행이 단지 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인연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끈이 되지 않았을지....

                        날짜별로 타임테이블을 만들어서 어떻게 여행을 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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