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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꺼리 Feb 16. 2021

나는 왜 노르웨이로 갔을까? 4

노르웨이 렌터카 예약하기

  이제 나이가 50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절에 ‘나는 꿈이 무엇일까?’를 아직도 많이 고민해본다. 어렸을 때에는 어떤 직업을 가지거나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 이제는 포기할 일은 포기하고 선택할 일은 선택해서 이제 더 이상 꿈꾸지 않아도 될 나이도 되었건만, 나는 아직도 꿈만 꾸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에는 군인도 되고 싶고 선생님도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군인은 멋있어 보여서, 그리고 교사는 어릴 때 받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바꾸기 위해서. 꿈이 소박해서인지, 아니면 기회가 좋았던 것인지 군 생활 5년 4개월을 보내면서 대위까지 해 보고, 전역과 동시에 교사가 되어 지금까지 학교에 있다. 어릴 때 받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상처는 나에게 반작용이 되어 오히려 아이들을 같은 눈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의 이런 교직생활도 몇 년을 더 하게 될지 모르지만, 언제나 학교로 출근하면서 행복에 넘치는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출근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밥도 먹고, 수업이 마치면 아이들 보내고 차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으며, 퇴근하면 꽃 같은 아내와 아이들을 볼 수 있고, 다시 내일을 꿈꾸며 잠이 드는 이런 환상적인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나에게는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어릴 적 너무 소심해서 친구도 제대로 못 사귀고 친구들에게 바보 같다는 놀림을 받았던 것에 비추어 본다면 아마도 지금의 상황은 상전벽해가 아닐까?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 나를 보셨다면 엄청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일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군 생활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정말 시간이라고는 가지 않을 것 같았던 군 생활도 하루하루 더디게 가고 있었고, 끝이 다가왔으며, 다가오는 끝자락을 조금이라도 더 잡기 위해 전역하기 전에는 더 오랫동안 병영 안에서 근무하면서 달아나는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20여년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은 나의 교직 생활도 이미 반환점을 돌아서 종착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은 여행의 과정이 마치 인생의 여정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은 설레고 언제 여행이 다가올지 기대가 되다가 막상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 여행 중에 만약의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여행하는 동안 새로운 것을 보고 즐기는 동안에도 마음 한편에는 내일 해야 할 일과 앞으로 남은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이 하루하루 줄어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리고 여행의 끝이 다가오면 무사히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는 안도하는 마음과 동시에 괜한 걱정을 하면서 여행을 한 것 같은 허무함과 앞으로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여행지에서의 시간들을 보냈다. 끝으로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는 여행의 아쉬움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여행에서의 기억과 반성, 추억을 기록하는 이런 시간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나의 삶도 이런 여정을 쫓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여행이 여행으로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 언저리에 좋았다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또 다른 여행지를 찾아간다는 것이 아쉬워 사진을 정리하고 글로 기록하고, 잊지 않아야 할 기억들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들이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다음 여행을 계획도 해보고 기억이 희미해질 때를 대비해서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으로도 좋은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일은 숙소와 같은 순간에 교통을 무엇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숙소를 예약하기 전 대강의 교통 상황을 체크하고 버스나 비행기, 기차와 같은 시간을 확인한 다음 날짜에 맞추어 숙소를 예약하고 바로 교통을 예약하는 순서로 진행이 된다. 반대로 교통을 먼저 예약한 다음 숙소를 예약해도 된다. 다만, 이 둘은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걱정할꺼리가 가장 많은 것이 바로 교통이었다. 

  첫 번째 아이디어는 오슬로에서 넛셀투어라고 해서 기차를 타고 베르겐까지 가는 것이 있는데, 산악열차라는 장점과 더불어 중간 기착지에서 내려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바로 베르겐까지 이동을 해도 되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이 기차를 타고 편도로 가기도 하고 왕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다만, 1인당 가격이 25만원이 넘기 때문에 6명이 움직인다면 대략 150만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베르겐까지 항공기를 이용하여 이동하고, 거기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다니는 것이었다. 항공료는 대략 1인당 7만원 내외라서 모두 합치면 40만원 조금 더 되지만, 단점은 렌트를 해서 같은 장소에 반납할 경우에는 여행 다녔던 곳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과 반대로 렌터카를 다른 장소에 반납할 경우 반납장소의 다름으로 인해 추가되는 요금이 9일 렌트하는 비용과 거의 같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다 보니 최소한 인건비를 적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예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한 것이었다.(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패키지나 통합예매를 할 경우 할인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이 나라에서는 넛셀투어나 다른 여러 개의 상품을 묶은 통합권은 개별로 예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싸다. 그 이유는 패키지나 통합권이 더 편리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오슬로에서 렌트를 해서 스타방에르와 베르겐, 그리고 보스, 레르달까지 200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차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가장 무식한 방법이며, 가장 위험부담이 있는 방법임에 틀림없지만,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가장 많은 여행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11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세 번째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로 하고 가격을 알아보았다. 렌터카를 빌리려고 하니 몇 년 전 프랑스로 여행을 갔을 때 파리의 몽쥬약국 직원 중 우리나라 말을 아주 잘 하는 남자직원이 우리가 물건을 많이 구매했다고 길 안내를 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유럽으로 여행을 오게 되면 꼭 렌트는 한국에서 하고 오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유럽 내에서 렌트를 하게 되면 한국에서 렌트를 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게 책정되니 그 방법을 쓰면 좋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게 말한 것이 생각이 나서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렌터카를 검색해보았다. 

  대부분 가장 유명한 허츠나 유로카 등을 빌리는데, 허츠의 경우에는 올커버보험이 현장에서 따로 결재를 해야 하는 방식이었고, 유로카는 온라인상에서 모든 결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영어도 모자라고 노르웨이어는 더더욱 모르는데, 현장에서 어떻게 보험을 결재할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1순위는 가격적인 메리트라서 허츠를 검색해보기로 했다. 이 회사에서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대한항공 회원이면 10%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서 거기에 대한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상 차종을 선택해야 하는데, 차종을 선택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디에서 차량을 렌트할지 장소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부분 공항에서 렌트를 한다고 하기에 오슬로 공항에서 렌트를 하는 것으로 알아보았고, 최종 단계에서 보니 공항에서 렌트를 하게 되면 렌트 비용을 추가로 20% 더 지불하게끔 되어 있어서 혹시나 공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렌트를 하게 되면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검색해보았다. 확실히 공항보다는 저렴한 요금이 산출되었다. 

  당시 오슬로에 있는 모든 허츠 렌터카 지점을 들어가서 차량을 검색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차량은 최소한 대형 케리어 3개를 짐칸에 넣을 수 있는 차량이어야 하고, 연비가 좋은 차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비 항목은 렌터카에서 제공하지 않아서 알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같은 차종이면 상관이 없지만, 자동이냐 수동이냐에 따라 다르고 휘발유인지, 경유인지에 따라 다르므로 이를 특정하기에는 아주 힘든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차량은 미드사이즈(중형차량)으로 검색을 했고, 대형 케리어 3개를 실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볼보V40헤치백을 예약하게 되었다. 오토 차량에다 대형 케리어도 실을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9일 동안 렌터카 비용이 4500크로네(우리 돈으로 65만원 정도)였기 때문에 가격적인 메리트도 좋았다. 경차를 렌트하더라도 4000크로네 가까이 되었기 때문에 이 차량이 가성비가 가장 좋은 차량이었다. 게다가 같이 가는 일행은 길도 생소한데 수동으로 어렵게 운전하는 것보다는 오토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오토차량으로 예약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으로 보였다. 그리고 노르웨이에 가서 차량 예약시 풀커버 보험을 가입해야 하고 그 비용이 하루에 120크로네가 추가되게끔 설계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예약한 차량은 총 비용이 보험료 포함해서 6000크로네 정도로 예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차량을 렌트하는 장소에 따라 차종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게 책정되었다. 그래서 위와 같이 대상 차종을 정하고 가장 저렴한 렌터카 업체를 검색하고, 차량을 찾으러 가는데 가장 편리한 지하철 주변 지점으로 알아보았다. 가장 저렴했던 곳은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인으로 운영하면 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나마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장 저렴한 곳을 알아보았다. 오슬로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슬로중앙역에 내려서 걸어가는 것으로 알아보니 대략 15분 정도 걸어가면 찾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곳으로 정하고 최종적으로 차량 렌트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렌터카를 찾으러 갈 때에는 오슬로 중앙역보다 한 코스를 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극장역에 내려서 노르웨이 왕궁을 가로질러 찾아갔더니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훨씬 좋았다. 또한, 대개 렌트를 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같은 차종으로 렌트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같은 차종이거나 더 상위 차종으로 렌트를 해주었고, 우리가 렌트한 차량은 볼보V40이 아닌 스코다의 옥타비아라는 차량과 푸조의 3008이라는 SUV였다. 

  스코다의 옥타비아라는 차량은 렌터카 검색에서는 나오지 않았는데, 다른 곳을 들어가 보니 하루 렌트 비용이 대상 차종보다 100크로네 더 비싼 차량이었다. 스코다라는 회사는 폭스바겐의 하위 브랜드 업체인데, 유럽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차종을 만드는 업체로 유명하다. 차량 가격으로만 따져보자면 아무래도 볼보라는 차종이 더 비싼 차종이겠지만, 렌트를 하는 차량의 경우에는 차량의 크기가 많이 좌우하나 보다. 

  처음에는 브랜드가 익숙하지 않은 차량이라서 며칠 동안 ‘왜 이렇게 낮은 등급의 차종을 렌트해줄까?’, ‘나중에 업체에 항의 전화를 해야 하나?’라고 여러 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차를 타면 탈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는 차량이었다. 해치백 스타일로 되어 있어서 트렁크에 28인치 캐리어 3개를 넣고도 공간이 남었다. 위에 쌓아 올리면 4개까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연비가 좋다는 점. 하이브리드 차량이 아니라서 연비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대략 17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하였고, 주유소에서 넣은 기름은 대략 110리터 정도이니 연비가 아무리 못해도 15킬로미터 이상 된다고 보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 있는 소나타 차량도 아무리 정속 운행을 해도 겨우 13킬로미터 나올까 말까 한데, 연비를 신경 쓰지 않고 무작위로 운행한데다, 산이 많아서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은 코스였음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이 정도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네비게이션이 옵션이 아닌 차량에 정식으로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아내랑 운전하는 내내 네비게이션을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몰라서 피곤한 아내에게 구글 지도를 보게 하고, 네비게이션도 같이 살펴보라고 2가지 일을 동시에 주어서 운전자 뿐만 아니라, 동승객도 피곤하게 만들었는데, 3일을 낑낑거린 덕분에 네비게이션을 어느 정도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과속을 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역할로서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유럽의 네비게이션들이 우리나라 네비게이션처럼 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선택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네비게이션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어서 운전하는 동안 아주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지요. 렌터카 업체에서 네비게이션을 렌트하게 되면 하루에 150크로네 정도를 추가로 요구했으니 그만큼 더 편리하고 혜택을 받은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다른 가족은 푸조의 3008이라는 SUV를 렌트하게 되었는데, SUV는 렌트 비용이 일반 세단에 비해서 월등히 비싼 차량이다. 게다가 3000킬로미터도 타지 않은 신차급 차량을 렌트 받아서 다른 가족은 렌터카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해 했다. 내가 그 차를 몰고 다른 가족이 내 차를 렌트 받았다면 끝날 때까지 마음이 쓰였을 테지만, 오히려 더 잘 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내 차량은 이미 19000킬로미터를 운전한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차량이었다. 그러나 그 차량에는 네비게이션이 없고, 결정적으로 28인치 케리어 3개를 실을 수 없는 트렁크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는 수없이 케리어 하나는 뒷좌석에 올려놓는 것으로 하고 1일차 여행을 갔는데, 아무래도 다음 날 여행할 때에는 뒷좌석에 짐을 올려놓고 여행을 하면 여행의 질이 매우 떨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가지고 온 케리어 중 하나는 거의 30인치 가까이 되는 거대한 가방이었는데, 이것을 넣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하다 가장 큰 케리어는 우리 차량 트렁크에 짐을 넣고 그나마 가장 작은 케리어 중 하나를 다른 가족의 차량 뒷좌석으로 옮겨서 타고 가기로 하였다. 작은 케리어 하나는 운전석 뒤쪽에 발을 놓는 곳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서 뒷좌석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되어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그나마 편리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가 있었다.

      9일 동안 차량을 운전하면서 그 나라의 교통체계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가장 늦게 알아낸 것은 과속 카메라라는 것이었다. 그림에서 우측 하단에 보이는 것과 같은 표지판이 우선 과속 카메라 앞 100미터 앞에 한 차례 보인다. 나는 이것을 처음 보고 와이파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인지 알았는데, 나중에 계속 보니 과속카메라를 나타내는 표지판이었다. 특히 마을을 진입할 때,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날 때, 직선 도로가 계속 있을 때, 터널 중간 지점에 있는 경우가 많었다. 게다가 이 나라는 도로를 어찌나 성의없이 만드는지 아래 그림과 같이 왕복차선으로 만들지 않고 하나의 차선을 만들어 놓는 것으로 끝이 나었다. 내가 만난 도로 중 50%이상이 이렇게 도로포장이 되어 있었다. 하물며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구간에서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서 마주 오는 차량이 캠핑카이거나 화물차라면 속도를 낮추고 가급적이면 가장 오른쪽으로 붙어서 운전했던 것 같다. 겨우 차량 2대가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면 맞을 것 같다. 트럭이나 캠핑카 2대는 동시에 지나기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였으나 이 나라 사람들은 이런 길이 익숙한지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달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나는 운전하면서 이런 순간이 가장 아찔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내가 노르웨이에서 만난 가장 흔한 도로
나름 노르웨이에서는 가장 큰 고속도로의 형태이다. 다행히 양방향으로 잘 나뉘어져 있다.

  또한, 가는 길마다 위의 사진처럼 도로 위를 한가로이 걷고 있는 양이나 소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멈추어 서서 양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자동차 소리를 크게 내어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만난 많은 운전자들은 동물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대부분 만나는 고속도로의 형태이다. 큰 버스나 트럭이 다가오면 무섭다. 과거 우리나라의 88고속도로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도 이런 도로를 만나면 열심히 달려야 한다. 80으로.

  우리나라와 이 나라가 다른 교통체계는 사거리가 대부분 회전교차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차량이 많지 않다는 점을 시사할 것이고, 회전교차로가 관리하기도 쉽고 차량 사고도 줄일 수 있어서 오슬로부터 베르겐까지 대부분의 대도시나 시골도시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회전교차로에서는 회전교차로에 먼저 들어선 차량이 우선권이 있다. 그 차량이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회전교차로에 진입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빠져나가면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회전교차로에 들어섰다면 나머지 방향의 차들은 들어오지 않고 모두 기다려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회전교차로는 있지만, 이처럼 우선 순위를 두고 돌지 않고 먼저 가는 사람이 임자인데, 이곳의 교통 예절은 우리보다 더 잘 지키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오슬로와 같은 나름 차가 많은 도시에서는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데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느 방향으로 빠져나가야 하는지 네비게이션이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서 많이 불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전교차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곳에서 사고가 난 차량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길거리에 양이나 소를 만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그렇다고 양고기와 소고기가 저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양들의 침묵이 계속되더라도 차들은 기다려 주어야 한다.

  다른 대부분의 교통체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고,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교통체계도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만큼 시각적으로 잘 되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빨간색 좌회전 신호등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회전 신호가 걸릴 때 초록색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면 좌회전을 하면 된다. 노르웨이도 같은 방식이기는 하지만, 초록색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기 전에 좌회전 신호가 꺼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붉은색으로 좌회전 신호가 켜져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같이 같던 일행은 이 신호를 보고 좌회전을 하라고 하는지 알고 좌회전을 했는데,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한 아찔한 상황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붉은 색 좌회전 신호가 오히려 우리처럼 낯선 이방인들에게 이곳에서 좌회전을 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신호라서 어디에서 좌회전을 해야 할지 모를 경우에 아주 유용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사거리에서 회전교차로가 아닐 경우에는 좌회전 신호는 없고, 초록색 직진 신호등만 켜지는데, 그럴 경우 좌회전을 하고 싶으면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 되는 것 같았다. 혼자서 마지막 날 렌터카를 반납하러 가면서 오슬로 시내에서 좌회전 신호가 없어서 어찌나 땀을 흘렸던지 20년 운전 경력에 가장 당황했던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차량은 아무렇지도 않게 좌회전을 하는 것을 보고 다른 차량이 오지 않는 틈을 타서 나도 좌회전으로.... 아마 그 때 좌회전을 하지 못했다면 오슬로 시내를 벗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겨우 5분밖에 안 되는 거리를 그렇게 헤맬 줄이야. 

노르웨이에 신호등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신호등 자체가 작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
이 나라 택시는 대부분이 벤츠E, S, X6클래스이거나 1억이 넘는다는 테슬라 모델 S이다. 그러니 택시를 타는 것은 돈을 버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가끔 프리우스도 있다.

  차량을 렌트하면서 가장 걱정꺼리가 바로 주유소를 찾는 것과 주유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우선 뉴질랜드에서 렌트를 한 경험에 따라 주유기에 먼저 주유를 하고 계산대로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계산해주는 방식이 아닐까라고 짐작만 하고 있었지요. 

  먼저 구글지도를 통해서 도착지 근처에 주유소를 검색해 보았다. 구글 지도상에서는 그렇게 많은 주유소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나라에 가보니 가는 길마다 보이는 것이 주유소였다. 다만, 주유소도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는 하지 않는 곳이 종종 있다는 정도만 다를 뿐이었고 그 때문에 주유를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괜히 주유소를 찾아야 한다고 걱정을 했나 보다.

  다른 하나는 주유 방법인데, 이 나라는 워낙 다양한 주유 방법이 있어서 우리처럼 관광객의 경우에는 물어보지 않으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주유 방법은 다음과 같었다.     

1. 대부분 무인 주유소라고 하더라도 직원이 주유기에 없는 것이지 상점 안에는 근무를 하고 있어요. 무인 주유기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주유기에서 가격이 0으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가끔 다른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0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 주유를 하셔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앞에 적힌 금액에 누적해서 요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나중에 말씀드리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카드를 먼저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주유기에 주유를 하면 된다. 끝나고 나면 해당하는 금액이 뜨고, 거기에 따른 영수증이 출력이 되었다. 

2. 주유기에서 결재하는 방법은 많은 경우에는 잘 없고 대부분은 상점 안에 가서 결재를 해야 했다. 이럴 때에는 먼저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넣다. 그럴 때 우리나라에서는 손잡이를 끝까지 잡고 고리를 걸어주면 저절로 가득찼을 때 손잡이가 원위치가 되어 가득 들어갔는지 알 수 있지만, 이곳의 주유기에는 그런 표시가 전혀 없었다. 그냥 손으로 계속 누르고 있어야 되지요. 처음 주유를 하는데, 혹시나 기름이 넘치지 않을까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모른다. 주유기에 손을 잡고 고리를 거는 곳도 없는데, 계속 잡고 있어야 하고, 만약 기름이 넘쳐서 불이라도 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기름을 넣지 않을 수 없어서 우선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냥 손으로 잡고 있으라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혹시나 기름이 넘칠 수도 있으니 잘 보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하고 주유기 손잡이를 잡고 주유를 시작했다. 10리터, 20리터, 30리터 계속 들어가는 기름을 보면서 언제 넘칠까 너무 궁금했지요. 그런데, 38리터 정도 되었을 때 잡고 있던 손잡이가 딸깍 하면서 멈추는 것이었다. 가득 찼다는 신호를 보내준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그리고 상점에 들어가서 카드로 주유기의 번호를 불러주면 계산을 해주었다. 그렇게 첫 번째 주유를 무사히 마쳤다. 

3. 전혀 다른 방식. 마지막 날 렌터카를 반납하기 위해서는 기름을 가득채워야 했다. 조금 야비하게 눈금이 가득 찬 상태에서 조금 내려올 때까지 대략 100킬로미터를 운전해도 게이지가 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오슬로 도착 100킬로미터 앞에서 기름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유소에 내려서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하필 그곳에 꿀벌들이 많아서 이 벌들을 피하느라 주유하는 것을 까먹고 그냥 출발해 버려서 어쩔 수 없이 오슬로 시내에 와서 주유를 해야 했다. 

   영어도 못하는데, 다른 일행은 주유도 하지 않고 반납을 해버려서 혈혈단신으로 혼자 주유소를 찾았지요. 당연히 지금까지와 같이 주유기에 주유 금액이 0이 된 곳을 찾아야했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주유기에 0으로 표시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마도 주유기 앞에서 5분은 서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있어도 주유기의 금액은 0으로 변하지 않고, 당황해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툰 영어로 어떻게 사용하면 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직원은 노르웨이어로 뭐라고 대답을 하었다. 전혀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그 직원은 다른 상품의 계산을 미룬 다음 다른 직원에게 계산을 부탁하고 바깥으로 나와서 주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주유기에 카드 투입구에 카드를 넣으라는 것이었다. 직원이 넣으라고 하니 금액이 0이 아니어도 책임져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OK버튼을 눌렀더니 글쎄 주유기의 주유금액이 그제 서야 0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직원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 이야기했는지 경황이 없었다. 그제 서야 겨우 기름을 넣고 기름을 가득 채운 다음 영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혼자서 얼마나 얼어 있었는지, 마치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 나라는 산유국이더라도 기름 가격이 결코 저렴한 곳이 아니었다. 기름 가격은 옥탄가 95의 경우 최저가격이 14.5크로네에서 비싸면 17크로네까지 가격이 적혀 있었다. 14.5크로네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2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렌터카 업체 직원이 옥탄가 95이상의 기름을 넣으라고 안내를 해주었는데, 주유소에서는 가격이 총 3가지로 표기가 되었다. 하나는 blyfri 98(옥탄가 98), 다른 하나는 blyfri 95(옥탄가 95), 마지막으로 디젤인데 디젤은 영어로 diesel로 표시가 되었다. 그래서 blyfri의 가격을 보고 기름을 넣으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주유소마다 기름 가격이 다른 것뿐만 아니라, 같은 주유소라고 하더라도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 번은 빙하투어를 가기 전에 기름을 넣으러 들렀을 때 가격이 14.5NSB(크로네)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같은 주유소의 가격을 보니 17.2NSB로 표기되어 있어서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이처럼 시간대별로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조금 저렴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가격이 높게 책정이 되나 보다 싶었다. (제 생각입니다.)-여기서 옥탄가라는 것은 휘발유가 엔진에서 연소하는 과정에서 일찍 폭발해버리거나 비정상적인 점화가 일어나는 불완전 현상을 노킹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노킹현상을 막기 위해 불완전 폭발을 억제하는 값을 수치화시킨 것이 바로 옥탄가라고 할 수 있다.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완전 연소가 되어서 차량의 손상을 막아 줄뿐만 아니라, 매연을 훨씬 더 적게 내뿜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량은 단순히 옥탄가가 높은 기름(고급 휘발유)를 넣는다고 해서 연비가 좋아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이 제작단계에서 적절한 옥탄가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옥탄가의 기름을 넣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반적인 휘발유 옥탄가는 91-94정도의 수치를 보이고 있어서 노르웨이보다는 조금 낮지만, 미국은 대개 87정도의 옥탄가를 나타내므로 그보다는 훨씬 더 좋은 기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노르웨이에서 연비가 좋았던 것도 이처럼 옥탄가가 높은 차량에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를 사용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숙소도 예약하고, 교통편도 준비했으니 출발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뭐가 더 준비해야 할 것이 더 있는 것인지 계속 뒤져보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또는 준비하면서 10년 뒤에 내가 이루고 싶은 공항 근처 작은 게스트 하우스와 요트의 꿈도 그렇게 같이 영글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여행 플래너를 같이 준비하면 어떨까 또 다시 쓸데없는 꿈을 꾸고 있다. 아내가 가만 두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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