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끝내고 '성장'으로 시작하려면,
오늘 이별했는가? 저번 주? 아님 지난달? 혹은 작년일지도 모르겠다.
울고불고 매달려도 보고, 친구를 붙잡고 밤새 상대의 험담도 해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고민 상담도 해보았기를 바란다. 전연인을 ‘바로’ 잊는 법이란 없다.
사진첩을 열어 사진을 지웠다 복구하길 반복하고, 차단 목록에서 이름을 지웠다 다시 올리는 그 처절한 과정들. 또 알고리즘엔 왜 이렇게 이별 콘텐츠만 뜨는 건지. 시리가 친구랑 내 통화 내용을 다 들은 게 틀림없다. 유튜브 타로와 재회 주파수에 매달리며 오지도 않을 연락을 내내 기다리는 밤들.
괜찮다. 그 찌질함은 평범한 사랑을 했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이별의 통과의례니까.
이별 초반에 바로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지만, 그 사이에 이별로부터 극복하고 성장한 내가 있어야 다음 인연으로부터 더 나은 ‘나’를 찾을 수 있다.
이별을 충분히 마주한 당신에게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고생했다고. 그리고 이별의 슬픔이 당신을 오래 잡아먹게 두지 말라고.
요란한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서늘한 허무함이 찾아올 때, 바로 그때가 책에게 이별을 떠넘길 시간이다. 장르는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평소 궁금했지만 연애하느라 바빠 읽기 미뤘던 베스트셀러든, 가벼운 에세이든, 혹은 현실을 잊게 해 줄 추리물이든 좋다.
주제가 꼭 사랑일 필요도 없다. 나는 드라마 속 아름다운 이별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바닥을 보는 '파이터형 이별'을 해왔기에, 헤어지면 늘 "저 XX보다 무조건 성공한다"는 독기를 품었다. 그래서일까. ‘자기 계발서는 나를 성장하게 한다.'라는 것을 평소에 잘 알고 있지만, 어쩐지 이별은 소설보다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적기였다.
2년 전, n번째 이별을 맞이했을 때 주식투자 책 한 권을 읽었다. 그때 무한매수법으로 유명한 한 분의 책을 읽고, 주식 수익금만으로 유럽에서 몇 달을 살 수 있을 만큼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 그 덕에 그동안 배워보고 싶었던 언어도 배워볼 수 있었다.
물론 밤마다 사진첩 대신 주식창을 들여다보니, X(엑스)를 생각할 겨를조차도 사라져 갔다. 연애하면서 상대방에게 쓰던 돈과 에너지도 온전히 내 통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별이 나에게 투자할 완벽한 시드머니를 만들어 준 셈이다. 그 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나를 위한 가장 정직한 투자금이였다. 만약 그때 이별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투자에 몰입할 일도 아마 없었을 터.
n+1번째 연애를 끝낸 지금,
나는 글을 쓴다.
이제 이별을 슬퍼하는 대신, 나라는 우량주를 풀매수하도록 하자. 이건 단순히 누군가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다. 이별이라는 강력한 동력이, 나를 어디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