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의 착시 속에서

Aven’s Insight Vol.08 — 침묵 속의 경고

by Gildong

금리는 내렸고,

시장의 온도계라 불리는

미국 국채의 수익률 곡선도
드디어 제 모양을 되찾았다.

단기 국채의 금리가

장기 국채보다 높게 뒤집혔던
비정상적인 구조가 2년 넘게 이어졌는데,
그것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안도한다.
700일 넘게 이어진 ‘역전’이 끝났으니,
이제 위기는 없을 거라고.
하지만 곡선이 펴졌다고 해서
긴장이 풀렸다는 뜻은 아니다.


10월의 미국 노동시장은 다시 균열을 보였다.
감원 발표는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공공부문 셧다운으로 공식 통계는 잠시 멈췄다.

숫자가 멈춘 사이,

시장은 ‘안정’이라는 착시 속에서
불안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은 이상할 정도로 길었다.
1929년 이후 가장 긴 역전이었지만,
침체는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번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전이 길어진 이유는
위험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억눌렸기 때문이다.

금리와 부채, 자산 가격 사이의 균형이
인위적으로 고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금리가 내려가고 곡선이 펴지면서
그 억눌린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해고와 유동성 압박, 신용경색은

단지 그 첫 번째 균열일 뿐이다.

진짜 조정은, 시장이 ‘정상화’를
안전의 신호로 착각할 때 시작된다.


역전의 끝은 안도보다 냉정함을 요구한다.
수익률 곡선이 말하려던 건
침체가 아니라 신뢰의 재정렬이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싼 돈의 질서’가
이제 본래의 가격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호는 계속 울리고 있다.
단지, 너무 오래 울려서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Aven’s Insight


진짜 위험은 신호가 사라질 때 오지 않는다.
모두가 그 신호에 익숙해져,

더 이상 의미를 묻지 않을 때 찾아온다.

숫자는 여전히 멀쩡해 보이지만,
그 숫자를 지탱하던 믿음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그것이 ‘정상화’의 진짜 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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