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이 증명한 '정직한 야만'의 시대, 생존의 기록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라는 단어를 압니다. "눈치껏 행동해라", "줄을 잘 서라"는 말은 오랫동안 약자가 강자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비법처럼 여겨졌습니다.
과거에는 이 말이 통했습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형님이 버티고 있을 때는, 형님 기분만 잘 살피고 하지 말라는 짓만 안 하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가 눈치를 봐야 할 형님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를 챙겨줄 여유도, 의지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처럼 얌전히 앉아 처분만 기다리는 '눈치'는 생존 전략이 아니라 '방치'일 뿐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리 밥그릇을 챙겨주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의 기분이나 살피는 수동적인 '눈치'가 아닙니다. 거친 파도 속에서 직접 키를 잡고 파도를 타넘는 능동적인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각'과 '노하우'는 거창한 이론이 아닙니다. 아주 현실적이고 동물적인 생존 본능에 가깝습니다.
타이밍을 잡는 '감각': 강대국들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울 때, 그 싸움을 말리는 척하면서 슬쩍 내 이익을 챙기는 날카로운 타이밍입니다.
친구를 만드는 '노하우': 어제의 적이라도 돈이 된다면 웃으면서 손을 잡고, 겉으로는 친한 척하지만 뒤로는 딴주머니를 찰 줄 아는 뻔뻔함입니다.
급소를 찌르는 '기술': 말로만 협상하지 않고, 상대가 가장 아파할 곳을 정확히 알고 누를 줄 아는 실전 기술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 각국이 이 야만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지 그들의 비밀 노트를 훔쳐볼 것입니다.
줄타기의 기술 (외교): 인도와 우크라이나를 통해,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도(또는 이용하며) 살아남는 '균형 감각'을 배웁니다.
협상의 기술 (정치): 러시아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웃으면서도 책상 아래로는 상대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냉혹한 '압박 노하우'를 익힙니다.
실리의 기술 (경제): 이념이나 명분 따위는 던져버리고, 제재 속에서도 돈을 벌고 밥그릇을 지키는 처절한 '경제적 노하우'를 봅니다.
수성의 기술 (내부 관리): 밖에서 싸우기도 벅찬데 안에서 무너지면 끝입니다. 부패와 인구 소멸이라는 내부의 적을 막아내는 '수성(수비)의 지혜'를 깨닫습니다.
세계는 이미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누가 우리를 지켜주겠지"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 것입니다.
이제 눈치를 보던 고개는 빳빳이 들고, 주변을 살피던 눈은 먹잇감을 찾는 매의 눈으로 바꿔야 합니다.
[다음 글] 03화. 전략적 당당함: 인도가 미국 앞에서도 러시아 친구를 챙기는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