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나라는 가장 먼저 죽는다 - 6

러우전쟁이 증명한 '정직한 야만'의 시대, 생존의 기록

by Gildong

06화. 고립 탈피 전략: '우리 빼고 결정하지 마' 우크라이나가 유럽을 붙잡는 법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 '패싱(Passing)'


약소국에게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입니다.


2025년 겨울, 우크라이나는 끔찍한 공포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머리 위에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며 종전 협상을 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코리아 패싱'과 같은 악몽이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내 나라의 운명을 왜 너희들끼리 결정해?"


아무리 외쳐봐야 힘센 형님들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때 얌전히 처분만 기다리면 정말로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너희끼리 정하지 마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판 키우기'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즉시 짐을 싸서 유럽의 주요국(영국, 프랑스, 독일)을 순방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구조 요청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고도의 심리전이었습니다.


"미국이 우리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면, 그 다음 차례는 당신들 아니겠어? 우리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러시아 탱크가 다음엔 어디로 갈까?"


우크라이나의 문제를 유럽 전체의 생존 문제로 확장시킨 것입니다.


혼자 죽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어떤 결정도 없다(Nothing about Ukraine without Ukraine)"며 젤렌스키의 손을 꽉 잡아주었습니다.


유럽이 한목소리로 나오자, 아무리 트럼프라도 함부로 우크라이나를 무시하고 러시아와 단독 거래를 하기가 껄끄러워졌습니다.


강대국들이 나를 무시하려 할 때,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안 됩니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이해관계가 얽힌 친구들을 모조리 끌어들여야 합니다.


"나를 빼놓고는 판이 안 돌아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왕따를 면하는 가장 확실한 고립 탈피의 노하우입니다.


[다음 글] 07화. 동맹의 재정의: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지 않으려면 (유럽의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