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밥이 된 인간들 - 2

30년 전 오토모 가츠히로가 예언한 3가지 멸망

by Gildong

제2화. 당신의 스마트폰이 '마그네틱 로즈'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환각


애니메이션 <마그네틱 로즈>의 도입부는 압도적이다.


우주 한복판에 거대한 장미 모양의 구조물이 떠 있다. 겉보기엔 아름답고 신비롭다. 구조 신호를 받고 그 안으로 진입한 주인공들은 눈앞에 펼쳐진 호화로운 유럽풍 저택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의 환영에 넋을 잃는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그곳은 우주 쓰레기들이 중력장에 이끌려 뭉쳐진 거대한 고철 덩어리일 뿐이다. 주인공들이 본 것은 AI가 그들의 기억을 읽어내 투사한 허상이었다.


지금 당신의 손을 보라. 30년 전의 그 '마그네틱 로즈'가 들려 있지 않은가?


쓰레기장에 핀 장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우리는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쓴다고 착각한다. 정보를 얻고, 소통하고, 휴식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보자. 당신이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그 화면 속 세상은 진짜인가?


알고리즘은 21세기의 '마그네틱 로즈'다.


이 시스템은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정치 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기가 막히게 파악한다. 그리고 당신이 듣고 싶은 말, 보고 싶은 영상, 갖고 싶은 물건만 끊임없이 보여준다.


당신이 우울할 땐 더 우울한 음악을 틀어주고, 분노할 땐 같이 욕해줄 자극적인 뉴스를 띄운다.


에바 프리델(애니메이션 속 오페라 가수)이 주인공의 기억을 이용해 환각을 보여주듯, 알고리즘은 당신의 데이터를 먹이 삼아 당신만을 위한 '유토피아적 감옥'을 짓는다.


현실은 썩어가는데, 뇌는 도파민에 절여진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환각에 취해 우주복이 찢어지고 산소가 고갈되는 줄도 모른다. 현실의 육체는 죽어가는데, 정신은 가짜 파라다이스에서 춤을 춘다.


지하철 풍경을 보라. 거북목을 한 채 퀭한 눈으로 숏폼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흡사 '디지털 아편굴'에 누워있는 중독자들과 다를 바 없다.

통장 잔고는 바닥인데 명품 하울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낀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파탄 났는데, 커뮤니티 베스트 글에 댓글을 달며 소속감을 느낀다.

내일 당장 회사에서 깨질 게 뻔한데, 침대에 누워 새벽 3시까지 남이 먹방 찍는 걸 보며 히죽거린다.


이것이 도피가 아니면 무엇인가? 현실의 악취(쓰레기장)를 맡기 싫어서, 향수 냄새 진동하는 환각(스마트폰) 속에 코를 박고 있는 꼴이다.


당신은 사용자가 아니다, '배터리'다


<마그네틱 로즈>의 AI가 환각을 보여주는 목적은 단 하나였다. 에바 프리델의 망령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당신의 시간과 주의력을 뺏어 광고 수익이라는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당신이 숏폼을 1시간 동안 멍하니 보고 있을 때, 당신은 고객이 아니다. 시스템을 돌리는 건전지(Battery)이자, 그들이 씹어먹는 데이터 사료일 뿐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꿈을 꾸다 질식사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헬멧을 벗고 차가운 현실의 공기를 마실 것인가.


'마그네틱 로즈'의 환각은 달콤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 끝은 우주 미아다.


[Next Episode] 제3화. 추억은 힘이 없다, 마취제일 뿐 : 왜 우리는 자꾸 '응답하라' 시리즈와 레트로 감성에 열광할까? 미래가 두려운 자들의 집단적 현실 도피, 그 심리를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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