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의 밥이 된 인간들 - 3

30년 전 오토모 가츠히로가 예언한 3가지 멸망

by Gildong

제3화. 추억은 힘이 없다, 마취제일 뿐


미래가 두려운 자들의 집단적 퇴행


<마그네틱 로즈>의 주인, 에바 프리델은 80년 전에 죽은 오페라 가수다. 하지만 그녀의 우주선 안에서 시간은 멈춰 있다. 가장 화려했던 전성기의 모습, 터질 듯한 박수갈채, 사랑했던 연인과의 기억만이 무한 반복된다.


그녀는 늙고 병든 현실의 자신을 거부했다. 대신 영원히 썩지 않는 홀로그램 속에 숨어버렸다.


그녀에게 '추억'은 아름다운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부정하기 위한 방공호였다.


2025년의 대한민국을 보자.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거대한 '레트로 병동'이다


서점가, 방송, 패션, 음악까지 온통 '과거 팔이'다. 1990년대의 X세대 감성, 2000년대 초반의 Y2K 패션, 흘러간 옛 가요가 차트를 점령한다.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지"라며 낡은 비디오 테이프 질감에 열광한다.


단순한 유행이라고? 천만의 말씀. 이건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현재가 고통스럽고 미래가 암울할 때, 과거로 도망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무드셀라 증후군(Moodcela Syndrome)'이라 한다.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왜곡해서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지금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고도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고, 중장년층은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서 있다.


앞을 보면 절벽이니, 다들 뒤를 돌아보며 걷고 있는 꼴이다.


'응답하라'는 마취제다


에바 프리델이 구조 대원들을 자신의 기억 속으로 끌어들여 질식시켰듯, 미디어가 쏟아내는 '레트로 감성'은 우리를 현실 감각 없는 몽상가로 만든다.

"낭만이 있던 시절"이라고? 그 시절에도 야만적인 폭력과 불합리가 넘쳐났다.

"물가가 싸고 살기 좋았다"고? 그 시절 금리는 20%였고 가난은 더 처절했다.


미디어는 과거를 예쁘게 보정(Photoshop)해서 판다. 우리는 그 가짜 기억을 사면서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잊는다. 마치 고통을 잊기 위해 모르핀을 맞는 환자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마취제는 통증만 못 느끼게 할 뿐, 썩어가는 상처를 치료해주진 않는다.


뒤를 보고 걷는 자는 넘어진다


<마그네틱 로즈>의 결말은 파국이다. 에바는 자신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 현실의 존재들을 파괴하려 든다. 과거에 집착하는 자에게 '미래'는 자신의 추억을 방해하는 침입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영광,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는 라떼 타령, "옛날 방식이 좋았어"라는 고집. 이것들은 전부 죽은 세포들이다.


추억은 힘이 없다. 그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잔상이다.


지금 당신이 붙잡아야 할 것은 20년 전의 빛바랜 사진이 아니라, 당장 내일 날아올 카드 청구서이자 생존 전략이다.


과거라는 따뜻한 자궁 속으로 기어 들어가지 마라. 그곳은 안식처가 아니라 무덤이다.


[Next Episode] 제4화. 환각에서 깨어나는 '현실 검증' 3단계 :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했다면. 알고리즘과 추억의 늪에서 빠져나와 '진짜 현실'을 마주하는 구체적인 행동 강령(Action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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