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비싼 미래를 샀다 - 1

AI 거품과 각자도생의 청구서

by Gildong

제1화. 파티는 끝났다, 이제 계산할 시간이다


지난 2년, 인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라는 거대한 네온사인의 불빛에 취해 있었다. 대중은 챗봇이 써주는 시(詩)에 경탄했고,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차트가 그리는 수직 상승 곡선을 보며 이성을 놓아버렸다. 우리는 기술이 가져다줄 유토피아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음악은 멈췄고, 조명은 꺼졌다. 그리고 숙취보다 먼저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청구서(The Bill)'다.


당신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10년 전 조립한 PC를 버리지 못하고 부품만 갈아 끼우는 구차한 현실, 기이할 정도로 치솟은 스마트폰 가격, 월급은 제자리인데 야금야금 오르는 구독료들. 단언컨대, 이 현상들은 개별적인 불운이 아니다. AI라는 거대한 포식자가 전 지구적 자원을 빨아들이며 발생시킨 '비용의 외주화(Externalization of Cost)'다.


이 책은 혁신을 찬양하는 기술서가 아니다. 기술의 탈을 쓰고 벌어지는 '자본과 권력의 대이동'에 관한 냉철한 기록이다.


반도체 패권은 이제 '설계하는 자(Fabless)'의 세련된 프레젠테이션 룸에서, '만드는 자(Foundry & Memory)'의 땀 냄새 나는 공장으로 이동했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자본주의의 오랜 격언은 폐기되었다. 물건을 쥔 자가 왕이 되는 '공급자 절대 우위(Seller's Market)'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환호작약하던 구경꾼의 자리에서 내려와, 냉정한 납세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그 청구서의 내역을 낱낱이 파헤치고, 각자도생의 정글에서 현명하게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는 '생존 가이드'다.


파티는 끝났다. 이제 계산서를 집어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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