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의 몰락과 구조화된 가난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장기 침체를 비웃으며 "우리는 다르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냉정한 데이터는 말한다. "한국에게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어쩌면 축복이자 닿을 수 없는 꿈일 수 있다."
일본이 거품 붕괴를 겪을 때, 그들의 합계출산율은 1.5명대였다. 고령화가 진행 중이었지만 생산 가능 인구는 버텨줬다. 무엇보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었고, 엔화는 준기축통화였다. 덕분에 30년을 '저성장'으로라도 버틸 수 있었다. 한국은 어떤가? 합계출산율 0.6명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의 소멸이다. 우리는 일본보다 훨씬 가난하고,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며, 가계 빚은 세계 1위다. 우리는 일본처럼 '서서히' 침몰할 여유조차 없다. 한국의 추락은 완만한 하강 곡선이 아니라, 절벽에서 떨어지는 수직 낙하가 될 것이다.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은 '사람(노동력)'이다.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GDP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무서운 진실은 '부채를 갚을 머릿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남발하는 국채, 500조 원 늘어난 나랏빚, 한국은행이 찍어낸 돈. 이 모든 빚은 결국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청구서다. 그런데 그 미래 세대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1인당 짊어져야 할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금 낼 사람은 없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만 넘쳐나는 역피라미드 구조. 이 감옥에서 탈출할 유일한 열쇠는 '이민'뿐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민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미국이 선진국 병을 피한 비결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똑똑한 인재들 덕분이었다. 한국은? 3D 업종을 채울 저숙련 노동자만 찾고 있다. 구글과 테슬라를 만들 인재들이 왜 한국에 오겠는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두뇌는 오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인력만 채우는 이민 정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에 사형 선고를 내린다. "서울 불패"? 인구가 소멸하는데 서울만 영원할 수 없다. 지방 소멸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불길은 수도권 외곽을 태우고 서울로 진격할 것이다. 일본의 부동산이 폭락할 때도 도쿄 핵심지는 버텼다는 반론이 있다. 맞다. 하지만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는 일본보다 2배 이상 빠르다. 받아줄 수요(Drop-off)가 사라진 시장에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은 종교에 가깝다. 지금 2030 세대가 영끌해서 산 아파트는, 20년 뒤 그들이 팔고 싶을 때 사줄 사람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
가장 치명적인 결론은 다시 환율이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 성장 동력이 꺼진 나라. 세금 낼 사람은 없고 복지 비용만 천문학적으로 드는 나라. 이런 나라의 화폐를 누가 보유하고 싶겠는가?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될 것이고,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0'을 향해 우하향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투기 세력의 공격 때문이 아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펀더멘털의 붕괴 때문이다.
한국이라는 배는 구멍이 뚫린 채 가라앉고 있다. 물을 퍼내기엔(출산율 반등) 이미 늦었다. 정부는 "다시 뛸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침몰하는 배의 선장이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는 방송일뿐이다. 이제 인정하라. 인구 구조는 바꿀 수 없는 상수다.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시스템이 붕괴하기 전에 탈출구를 마련하는 것뿐이다. 당신의 자산을, 당신의 미래를, 소멸해가는 원화와 한국 부동산에 '올인'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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