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1,000-Year Love Story in K-Ballad
요즘 음악은 참 바쁩니다. 인사도 없이 곧장 핵심으로 달려들고, 1분 안에 귀를 붙잡을 장치를 던져 놓습니다. 틱톡과 릴스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선택이 필요하겠지만, 그 속도가 늘 편안한 건 아닙니다. 사랑은 가볍게 소비되고,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는 일은 비효율이라는 말로 정리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여전히 90년대 발라드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우지 못합니다. 그 노래들은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 전주를 견디고, 감정을 천천히 쌓은 뒤, 끝내 목을 긁어 올리듯 고음을 밀어냅니다. 그 느린 호흡, 그 버티는 시간 자체가 그립기 때문입니다. [The Red Vow]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앨범입니다.
춘향, 가장 강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
이번 이야기의 얼굴로 춘향을 택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고전 속 그녀는 순종의 상징이 아니라, 권력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변학도의 요구 앞에서 “차라리 죽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사실 우리가 사랑해 온 가장 격렬한 록 발라드의 정서와 정확히 겹칩니다. 그것은 연약함이 아니라, 선택의 선언입니다.
8번 트랙 ‘Ten Scars’는 십장가의 매질을 숫자로 세며, 그것을 고통이 아닌 서약으로 바꿔버립니다. 처참하지만, 동시에 숭고한 이 감정은 90년대 여성 디바들의 폭발적인 발성과 만났을 때 비로소 제 무게를 얻습니다.
설렘으로 문을 여는 ‘Beyond the Willow’, 이별의 비명을 토해내는 ‘The Road to Seoul’, 그리고 마침내 어둠을 밀어내는 ‘The Golden Justice’까지. 이 앨범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있습니까
음악은 결국 보이지 않는 세계를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천 년 전의 약속이 박제된 고전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 우리의 귀 속에서 다시 숨 쉬기를 바랐습니다.
긴 겨울을 건너야만 봄의 값어치를 알게 되듯, 마지막 곡 ‘After the Snow Fades’가 끝날 무렵, 여러분의 마음에도 어떤 봄의 감각이 닿기를 바랍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붉은 맹세를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십장가(12잡가) 十杖歌 - 판소리 《춘향가》 중〈십장가〉 대목을 가져와서 만든 십이잡가.
전라좌도 남원 남문 밖 월매 딸 춘향이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일편단심 춘향이가 일종지심 먹은 마음 일부종사 하쟀더니 일각일시 낙미지액에 일일칠형 무삼일고.
둘을 맞고 하는 말이 이부불경 이내몸이 이군불사 본을 받아 이수중분백로주같소 이부지자 아니어든 일구이언은 못 하겠소.
셋을 맞고 하는 말이 삼한갑족 우리 낭군 삼강에도 제일이요 삼촌화류 승화시에 춘향이가 이 도령 만나 삼배주 나눈 후에 삼생연분 맺었기로 사또 거행은 못 하겠소.
넷을 맞고 하는 말이 사면 차지 우리 사또 사서삼경 모르시나 사시장춘 푸른 송죽 풍설이 잦아도 변치 않소 사지를 찢어다가 사방으로 두르셔도 사또 분부는 못 듣겠소.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륜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 관운장같이 날랜 장수 자룡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섯 맞고 하는 말이 육국유세 소진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 육례연분 훼절할 제 육진광포로 질끈 동여 육리청산 버리셔도 육례 연분은 못 잊겠소.
일곱 맞고 하는 말이 칠리 청탄 흐르는 물에 풍덩실 넣으셔도 칠월칠석 오작교에 견우직녀 상봉처럼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덟 맞고 하는 말이 팔자도 기박 하다 팔괘로 풀어봐도 벗어날 길 바이없네 팔년풍진초한시에 장량 같은 모사라도 팔진광풍 이 난국을 모면하기 어렵거든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애를 쓴들 무엇하리.
아홉 맞고 하는 말이 구차한 춘향이가 굽이굽이 맺힌 설움 구곡지수 어니어든 구관자제만 보고지고.
열을 맞고 하는 말이 십악대죄 오늘인가 십생구사 할지라도 시왕전에 매인 목숨 십육세에 나는 죽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한양계신 이 도령이 암행어사 출도하여 이내 춘향을 살리소서.
- 이창배, 『가요집성』, 홍인문화사, 1954, 8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