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파산을 막기 위한 제국의 마취제
광장에 세워진 거대한 동상이 줄에 묶여 쓰러집니다. 군중은 환호하고, 제국의 카메라는 이 장면을 '독재의 종말'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자막과 함께 전 세계로 타전합니다. 2003년 바그다드에서, 2011년 트리폴리에서 우리는 이미 이 똑같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오늘, 제국은 테헤란의 사드아바드 궁전 위로 다시 한번 이 오래된 필름을 돌리려 합니다.
하지만 카메가가 꺼진 뒤의 현실은 한 번도 대본대로 흘러간 적이 없습니다.
제국은 지도자라는 ‘아이콘’ 하나만 삭제하면, 국가라는 시스템이 민주주의라는 기본 설정값으로 알아서 돌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은 역사에 대한 지독한 무지이자 오만입니다. 권력은 독재자의 육신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다져진 관료 조직, 자본, 그리고 신앙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신경망 속에 흐릅니다.
머리를 잘라낸 자리에 돋아난 것은 온건한 대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증명되었듯, 독재라는 뚜껑이 열린 자리에 솟구친 것은 통제 불능의 군부 독재와 복수심에 불타는 유령들의 전쟁이었습니다. 제국은 정권 교체를 ‘구원’으로 포장하여 수출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부채 위기를 가리고 군수 산업의 재고를 소진하려는 비정한 장부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거부 반응을 무시한 강제 ‘장기 이식’과 같습니다. 신체가 거부하는 이식물은 결국 전체 조직을 괴사시킵니다. 제국은 타국의 헌법을 새로 써주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정작 자신의 장부는 파산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는 적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자신의 내부적 무능을 덮기 위해 남의 집 대들보를 뽑아 버리는 최후의 발악에 가깝습니다.
민주주의는 제국이 전리품처럼 하사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제국이 휘두르는 '정권 교체'라는 칼날 끝에 맺히는 것은 해방이 아니라, 수습 불가능한 문명의 파산 선고일 뿐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제국이 꿈꾸는 화려한 신기루 뒤에 남겨지는 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국의 파편을 딛고 자신의 몰락을 잠시 유예하려는, 제국의 비겁한 연막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