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패권은 이란의 피로 유지된다 (6)

시스템 파산을 막기 위한 제국의 마취제

by Gildong

제6장. 90일의 시한부 제국과 에너지 거세


유조선들이 갈 길을 잃고 멈춰 선 호르무즈 해협. 해상 보험료는 매시간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이 좁은 수로에는 거대한 정체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구 문명의 ‘목동맥’이라 불리는 이곳에 혈전이 생긴 것입니다. 봉쇄된 바다 위로 치솟는 유가를 보며 세상은 제국의 무능을 탓하고 경제의 종말을 예견합니다. 하지만 정작 펜타곤의 전략실은 기묘할 정도로 차분합니다.


제국은 지금 동맥이 막히는 것을 방관하고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가 먼저 질식하는지 초시계를 들고 즐겁게 감상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 미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셰일 혁명 이전의 낡은 상식입니다. 미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이제 3% 미만. 반면 ‘세계의 공장’ 중국은 수입량의 90%를 이 좁은 해협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비축유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단 90일. 그 이후에는 공장이 멈춥니다.


이것은 전쟁의 형식을 빌린 고도의 ‘에너지 거세(Energy Castration)’입니다. 제국은 이란을 자극하여 해협을 흔듦으로써, 경쟁자의 심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90일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경쟁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뿐입니다. 제국 앞에 무릎을 꿇고 비싼 미국산 에너지를 강매당하며 굴욕적인 평화를 유지하거나, 체제 균열을 막기 위한 극단적인 군사적 모험에 나서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전력 공급권을 쥔 집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세입자의 차단기를 내려버리는 행위와 같습니다. 세입자가 촛불을 켜든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르든, 집주인의 거실은 여전히 밝고 냉장고는 차갑게 돌아갑니다. 제국은 더 이상 바다의 평화를 수호하는 ‘세계 경찰’이 아닙니다. 자신의 자원을 무기화하여 경쟁자의 근육을 녹여버리는 냉혹한 ‘에너지 포식자’일 뿐입니다.


시장의 혼란과 비명은 제국에게 통계적인 소음에 불과합니다. 그 소음이 커질수록 경쟁자의 시계는 더 빨리 0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것이 바로 제국이 선택한 에너지 거세의 본질입니다.


기억하십시오. 제국은 이제 바다를 열기 위해 피를 흘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바다의 문을 닫고, 경쟁자가 스스로 질식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