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토록 편안한 노예가 되었나 (2)

인공지능이 설계한 효율이라는 이름의 통제

by Gildong

2. 코드는 지고 공장이 귀환한다


텍사스의 붉은 먼지가 휘날리는 건설 부지. 안전모도 쓰지 않은 일론 머스크가 기름기 흐르는 치즈버거를 베어 물며 말한다. "이 공장 안에서는 버거를 먹어도 상관없게 만들 겁니다." 반도체 라인은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는 성역이라는 상식을 비웃는 도발이다. 그는 지금 ‘청정’이 아니라 ‘통제’를 기준으로 공장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수십 년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울 것"이라고 믿어왔다. 실리콘밸리의 화려한 사무실에서 짜인 코드가 세상을 지배하고, 공장은 그저 하청 기지에 불과하다는 오만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코드를 짜기 시작하면서 '똑똑한 머리'의 가치는 폭락했다. 대신 그 지능을 실체화할 '단단한 공장'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추상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다시 가혹한 물리(Physics)의 시대다.


코드는 복제할 수 있지만, 공장은 복제되지 않는다. 설계도는 헐값에 퍼지지만, 생산 능력은 소수에게 집중된다. 테슬라가 반도체 직접 생산에 목을 매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을 설계해도 그것을 돌릴 칩을 제때 찍어내지 못하면 그 지능은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설계도만 쥐고 파운드리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기업은 결코 제국이 될 수 없다.


권력은 이제 설계자의 책상이 아니라, 쇳물과 전기가 소용돌이치는 공장의 바닥에서 나온다. 설계만 하고 제조를 남에게 맡기는 구조는 언제든 목줄을 잡힐 수 있는 소작농의 논리다. 제국은 스스로 대장간을 소유한다. 공장은 더 이상 낡은 제조업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능을 양산하는 현대의 성궤다.


세상은 다시 거대한 굴뚝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다만 그 굴뚝에서 나오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재편할 디지털 신경망이다. 소프트웨어라는 유령에 매달려 실체를 잃어버린 이들은 이제 공장을 가진 자들의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이제 생각이 아니라, 제조 능력이다.


권력은 더 이상 발표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생산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