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설계한 효율이라는 이름의 통제
30년 경력의 정비공이 멈춰 선 거대 기계 앞에 선다. 그는 도구를 꺼내는 대신 기계의 몸체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지그시 눈을 감고 진동을 느끼던 그가 특정 나사를 반 바퀴 조이자, 기계는 거짓말처럼 다시 매끄럽게 돌아간다. 비결을 묻는 후배들에게 그는 그저 웃으며 답한다. "이건 말로 설명 못 해. 그냥 손끝에 오는 느낌이야."
그가 '느낌'이라 부르던 그 성역이 지금 무참히 해체되고 있다.
과거의 기업은 베테랑의 노동력을 샀지만, 지금의 자본은 베테랑의 머릿속을 직접 털기 시작했다. 공장과 병원, 사무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업은 명확하다. 베테랑이 일하는 모든 과정을 수만 개의 센서로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왜 지금 버튼을 눌렀는지, 왜 그 각도로 렌치를 돌렸는지 기계는 수천 번의 데이터를 통해 '감각'을 '숫자'로 번역한다.
당신의 노하우는 이제 자산이 아니라 약점이다.
사람들은 경험이 쌓일수록 몸값이 올라간다고 믿어왔다. 틀렸다. 인공지능 시대에 당신의 노하우는 당신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아니라, 기계가 가장 먼저 벗겨내야 할 표적이다. 당신이 "이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부하는 순간, 당신은 기계에게 가장 매력적인 사냥감이 된다. 기계는 당신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지우기 위해 그 감각을 정교하게 추출하고 있다.
데이터로 옮겨진 노하우는 서버 속에 영구히 보관되지만, 그것을 쥐고 있던 인간은 조용히 전장에서 밀려난다.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던 그 '손맛'은 이제 누구나 '딸깍' 한 번으로 실행할 수 있는 흔해 빠진 코드가 되었다. 말 못 할 노하우는 이제 당신을 대체할 설계도에 불과하다.
기계는 당신의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 다만 당신을 지우기 위해 그것을 훔칠 뿐이다.
사라지는 것은 노동이 아니다. 사라지는 것은 당신이라는 존재의 당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