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은 과정인가? 결과인가? (3)

전쟁, AI 그리고 달러 스테이블 코인

by Gildong

제3화. 스태그플레이션의 '점잖은 비명'.


워싱턴 D.C. 19번가, IMF 본부 브리핑룸. '전쟁의 그림자 속 세계 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배포됐다. 공기는 차가웠고, 기자들의 펜 소리는 일순간 멎었다.


말은 정중했다. 하지만 숫자는 비명이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정보를 집약하는 이 집단의 언어는 언제나 신중하다. 하지만 4월의 장부 위에 써 내려간 수치들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경고였다. 우리가 알던 경제의 문법이 파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조종(弔鐘)이었다.


1. 낙관이라는 가면: '최상의 시나리오'의 배신

IMF는 전쟁의 조기 종료와 유가 100달러 이하를 전제로 깔았다. 가장 낙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 장밋빛 전제 위에서도 숫자는 무너지고 있었다.

성장률의 하향 곡선: 1월 3.3%였던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석 달 만에 3.1%로 깎여 나갔다.

유가라는 시한폭탄: 만약 유가가 110달러를 돌파한다면 성장률은 2.0%까지 곤두박질치고 물가는 5%대로 폭주한다.


안정은 신기루다. 현실은 예측보다 훨씬 가혹하다.


2. 스태그플레이션: 성장이 멈춘 자리에 피어나는 물가고

더 치명적인 것은 성장과 물가의 위험한 교차다. 성장의 엔진은 식어가는데, 물가의 불길은 거세지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폭주하는 인플레이션: 세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월 3.8%에서 4.4%로 수직 상승했다.

무너진 통제의 마법: 중앙은행들이 휘둘렀던 금리의 마법은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력해졌다.


통제의 시대는 끝났다. 괴물이 깨어나고 있다.


3. 지역별 비상등: 숫자라는 차가운 성적표

전쟁의 그림자는 차별적이다. 국가별 지표는 각기 다른 위기의 농도를 증명한다.

미국의 비상: 성장률은 2.1%로 주저앉았고, 물가는 3.2%로 뛰어올랐다.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의 물가 압박이다.

유로존의 충격: 에너지 소비국인 유로존은 성장률이 1.1%까지 떨어지는 참사를 맞이했다.

한국의 딜레마: 성장률 0.9% 수성도 힘에 부치는데, 물가는 목표치 2%를 훌쩍 넘긴 2.5%를 향해 가고 있다.


보고서의 행간을 읽어내면 결론은 하나다. 성장은 신기루가 되었고, 물가는 실존하는 공포가 되었다. 숫자는 이미 대답하고 있다.


회복은 없었다. 다만 질서의 붕괴가 기록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