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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몸을 돌본다

by 길고영

어지럼증을 앓은 지 몇 주 된 것 같다.

백옥 같지 않고 거뭇거뭇해진 손등이 눈에 들어온다.


학다리로 서기 자세가 어려웠던 어린이는

달팽이관 내 림프액 불균형을 진단받는다.


어린 시절, 가족여행에서 이모와 사촌 언니들의 화장품 가방을 기웃대던 어린이는

이제 손등의, 눈을 씻고 보아야만 보이는 딸기씨만 한 검버섯 씨앗들을

매일 들여다본다.


너무도 사소한

늙음을 기록해 본다.


나의 토로에

"아이고, 허리야~" 하며 엄마가 웃는다.


"많이 아프고 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라고 말하던 어느 누구의 말처럼

하루 네 잔으로 늘어난 커피를 줄이고,

세안 후의 루틴에 작은 단계 하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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