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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Oct 10. 2016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가는 길

삼다수배 내셔널 바둑대회 심판하러 가는 길


알람은 오전 7시로 어제 맞추어 났다. 

하지만 무의식 꿈속에서 나는 6시 40분에 일어나도록 계시되어 있었다. 

조바심이 조금씩 깊어지는 육십(60), 나잇살 탓이리라. 

비몽사몽 중에도 Tv의 리모컨을 손에 쥐어야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Tv에는 농촌(농부의 탄생-상주 정양리) 다큐가 반영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 다큐나 소설 같은 종편의 정치대담 프로 그리고 바둑, 골프 취미 방송을 선호하는 세대가 되었다. 

동대구역에서 오전 9시 54분 부산행 무궁화 열차이기에 넉넉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번지는 조급증으로 

관심 프로인 농촌 다큐마저도 서들러 꺼버린다. 

초기 조급증 아니면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 가는 아이처럼 들뜬 기분 중 어느 것이 서두르게 하였을까? 

몸을 씻기 시작한다.


바둑 심판으로 선정되어 낯선 도시 또는 대구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를 방문하는 기회는 정년퇴직 후 나의 생활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대구를 떠나는 것은 그리 자주 있는 일도 아니며 쉬운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여행을 간다든지 또는 친구나 친척들 경조사 정도는 돼야 대구를 벗어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바둑 심판위원으로 선정되어 대구를 떠나는 것은 축복 아니던가? 

주저 없이 마음껏 기분을 부풀리고 싶었다.


오늘 가는 곳은 부산이라 옆 동네이나 마찬가지이다. 

삼다수 내셔널 바둑리그 부산 경기가 오후 2시 시작이므로  바둑 심판 위원은 1시간 전에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 된다. 

집에서 버스 타고 동대구역으로 가기로 하였다. 

출발 도착이 명확하고 예측이 가능한 디지털 같은 지하철을 놔두고, 도착시간이 들쑥날쑥한 아날로그 같은 버스를 선택한 이유는 편안하게 앉아서 도시 풍경을 멍 때리게 바라보며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나 보다. 

여유로움을 향유하기 위해 버스를 탔지만 내가 탓 버스는 무엇에 쫓기는지 허둥대고 있었다.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는 것은 예사고, 급출발 세트인 급브레이크, 호시탐탐 노리는 추월 시도 등등 운전기사는 승객인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좌석 앞 손잡이를 잡지 않고는 온전히 갈 수가 없는 버스였다.  

피리 소리에 살기 솟은 인도 코브라 마냥 기사 양반의 결기가 최상위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유롭고 평온하게 가고자 선택한 시내버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나를 좌불안석하게 만들었다. 

버스에 대한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지금이 마치 우리나라 선거 후 당선자의 태도 돌변 같아 마음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거꾸로 매달려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흘러가서  동대구역에 내가 도착한 것인지 버스가 달려서 도착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으나 무사히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동대구역 내에 목이 좋은 매표소 근처는 `아메리카노` 커피인 경우 비교적 비싼 4000원 이상 고가 커피점이 자리 잡고 있는 반면에 역 가장자리와 개찰구 안쪽으로는 2500원 정도의 커피점이 있다.
시간도 보내야 하고 혼잡한 것이 나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역내 분위기도 느낄 겸 개찰구 안쪽에 있는 커피점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했다. 

마치 승리의 횃불을 든 것처럼 시럽도 만족스럽게 첨가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트랙 6을 향하여 내려간다.


기차는 언제 타도 난생처음 탔을 때 가졌던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 

더하여 규칙적으로 소곤대는 바퀴소리 오늘도 여지없이 기차는 완벽하게 재연했다. 

무궁화 기차 승객 칸에는 사람 사는 냄새, 수수한 옷차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달픈 삶의 이야기, 투박한 사투리 등등으로 가득 차 있다. 

역마다 반복하여 내리고 타고, 그 사람들에 의하여 차 안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난다. 

역을 지날 때마다 기차 안은 같지만 다른 이야기 꽃으로 채워진다. 

내가 탄 5호차에는 좌석이 72개가 있다. 보통 한 역에서 4~5명의 승객이 타고 내린다. 

이 작은 변화가 5호 객차 안을 생기 있게 한다. 

5호 객차의 변화처럼 일방향 정치 성향 지역들도 자연스러게 변화되어져야 한다.


안내방송도 기분을 좋게 한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삼랑진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잊은 물건 없이 내릴 준비를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어 안내 멘트 끝에 `땡큐` 가 선명하게 들린다. 

이 부분 때문에 더 흐뭇한 기분인지 모른다. 

마치 내가 영어 좀 한다는 착각 같은 것일까? 

`우리 열차는 잠시 후에 삼랑진역에 도착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하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부모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5060 세대도 같은 안내 방송을 들으니 변화무쌍한 요즘에 오히려 참신하게 느껴진다.


대구에서 부산은 그리 멀지 않아 창에 그려지는 새로운 풍경화 서너 번 감상하고, 사람 사는 냄새에 익숙해질 때쯤 그리고 정겨운 안내방송 서너 번 들으면 부산역이다. 와!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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