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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Dec 17. 2016

태항 대협곡

이것이 `중화`인가?



하늘에서 보는 석가장 가는 하늘 길은 마치 피트 몬드리안이 비행기를 타고 그림을 그리려다 실수하여 녹색 물감을 엎질러 놓은 느낌이다.

이 거대한 그림의 액자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깜박 졸았다 깨어나도 비행기는 여전히 그림 속에 있는 것이 석가장 가는 하늘 아래 풍경이다.

풍경에 더하여 피트 몬드리안 작가가 화가 치밀어 황토색 붓으로 확 뿌린 듯 크고 작은 마을이 일정하게 아니 자세히 보면 자연스럽게 박혀있다.


중국 하북성은 면적이 약 18.7만㎢, 중국 약 959만㎢의 1.9%, 한반도 22㎢의 85% 크기이며 성도는 석가장이다.

부산에서 석가장 가는 정기 항공편이 있다.

태항 대협곡을 가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북경(비행기), 북경에서 CRH(한국의 KTX) 타고 안양 또는 신향으로, 우리가 이번에 가는 길은 한국에서 석가장(비행기), 석가장에서 버스 타고 안양으로, 나머지 방법은 한국에서 제남(비행기), 제남에서 버스 타고 안양으로 가는 길이다.

임주, 휘현은 중국 하남성에 있는 태항산 여행 거점 도시이다.

중국 하남성는 면적이 약 16만㎢, 중국 면적의 1.6% 크기이며 인구는 9천만 명 정도이고 성도는 정주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원`이 하남성을 의미한다.


자유분방한 기분으로 한국 공항을 뒤로했다면 중국 공항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감지하며 `무사히` 나왔다는 안도의 숨을 쉬면 비로소 반가운 현지 가이드를 만나게 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국적불명의 믹스 억양의 인사와 함께 운전기사의 화려한 학력을 소개한다.

빵빵대, 들이대, 돌려대 3대 명문대의 우수성을 현지 사정에 알맞게 실시간으로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여 `여러분을 이번 여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모시겠다`고 운전기사를 소개한다.

가이드의 안내에 왠지 물개 박수로 답해야겠다는 무의식적 본능이 발동한다.


중국의 태항산 하면 태항산맥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태백산맥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태백산맥에는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등이 있듯이 태항산맥에도 도련산, 천계산, 만선산, 대협곡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산에 풍경구라 지정하고 관광객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인공시설물과 사람 힘으로 손수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운 유적 같은 시설이 비교적 곳곳에 설치 운영되는데 나름 `중화식`이라고 보면 된다.

적어도 풍경구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거점 도시인 임주 또는 휘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석가장에서 오든 제남에서 오든 버스로 오면 최소한 6~7시간 이상 차를 타는 수고를  몸서리치도록 보시하여야 한다.

태항산 가는 중간에 유적지와 관광지를 끼어 넣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가는 날(오는 날)은 `내가 이러려고 태항산 여행 왔나`할 정도로 가벼운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저녁 10시 전후로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 일정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이드로부터 중국에서 이웃 동네는 버스로 5시간 걸리고 이웃집 마실은 2시간 걸린다고 하는 안내 멘트를 반드시 듣게 된다.


태항산 여행 거점 도시인 휘현에서는 태백산맥에 있는 금강산, 설악산 정도에 해당하는 구련산 풍경구, 황망령 풍경구, 만선산 풍경구가 있다.

반면에 임주에는 태백산맥에 있는 산으로 말하자면 남성적인 오대산, 태백산에 해당하는 태항 대협곡 풍경구가 있다.

태항산 여행에서 감초격인 태항 대협곡 풍경구에는 도화국경구, 환산선경구, 왕상암경구로 세분할 수 있다.


임주에서 태항 대협곡 가는 길은 평화로운 중국 하남성의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다.  
사람들이 들에서 일하고 차를 몰고  중국집 같은 집에서 중국 사람이 눈에 띄고 그렇다 여기는 중국 하남성 임주인 것이다.
멀리서 본 태항 대협곡은 우리나라 태백산맥 정도로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태항산에 들어서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가 30분 정도 버스로 산을 등산한 후에 비로소 나타는 또 다른 세상, 태항산 대협곡 입구이다.


황토 바위와 녹색의 숲이 농익은 태양 볕에  그대로 나신이 되어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고 바르르 떨고 있는 거대하고 경이로운 협곡이 한꺼번에 `쫘~악` 시야에 들어온다.
태항 대협곡이 놀란 만큼이나 나의 눈도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신음에 가까운 `으~음` 비명을 지른다.
생뚱맞은 비유지만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 와 같이 경이로움은 혼자 오지 않고 계속 이어져 왔다.
이름하여 도화곡, 계곡으로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갔으며 마법의 주인공은 계곡 물이라고 합리적인 추정까지 해 본다.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계곡에는 반드시 물이 있으며 시시각각 물은 비취색 치마를 입고 바위 위에 사뿐히 앉아있기도 하고 하얀 광목 저고리를 입고 바위 사이를 흐르기도 한다.
때로는 국민의 존재를 알리는 촛불처럼 자신을 던져 폭포가 되어 분노를 보이기도 한다.
도화곡을 오르는 순간마다  뉴우튼의 제1법칙인 작용과 반작용 법칙이 작용하여 발길을 끄는 힘과 잡으려는 힘이 균형을 이룬다.
눈은 가려하는데 발은 떨어지지 않는 이 갈등의 중심에는 도화곡의 절벽과 계곡 물 그리고 숲이 있었으니 어느 누구에게 경중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계곡 또한 도화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도화곡의 이름은 계곡의 풍경과 관계없이 엄동설한에 복숭아꽃이 피어난다고 하여 도화곡이 되었다.


도화곡의 마지막 절경 무욕을 거치고 나면 태항산맥의 8부 능선에 다다르게 된다.

사람들이 높은 곳에 왜 오르려 하는지 의문이 태항대로(환산선) 빵차를 타보면 바로 풀린다.

가벼운 파란 하늘과 맞닿은 신선이 사는 녹색 나무 숲이 있고 바람과 세월이 쓰다듬어 조각한 바위 무리가 숲을 떠받들고 있다.

현기증 나도록 아득히 아득히 아래로 내려가 다시 숲이 보이고 인간의 흔적인 흙집이 다소곳하게 자리 잡은 대협곡.

장장 백리에 걸쳐 웅대하게 그려진 태항 대협곡 조각 산수화 속 등산복을 입은 신선은 언제 깨어날지 기약할 수 없다.

오늘도 바람과 구름만이 여행객의 곁을 무심히 지나간다.



잠깐의 졸음이 태항대로(환산선)의 무릉도원에서 꿈이었다면 왕상암 풍경구에서는 심장이 떨리는 천 길 낭떠러지기 지옥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은 지옥에도 미치는지 깎아지른 절벽 옆구리에 보기에도 아찔하고 현기증 나는 구름다리를 걸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절벽에 굴을 뚫고 오죽하면 보수공사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 있는 사형수를 동원하였을까?

그뿐인가 구름다리도 길이라고 절벽에 절까지 짓었으니 어디까지 신의 영역이고 인간의 영역인지  머리가 아풀지경이다.

간이 콩알만 해지는 왕상암 인공 시설물 회오리 계단은 기회가 되어 체험하면 겁 많은 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 태항산 여행의 감초격인 태항 대협곡 여행에서 풍광뿐만 아니라 현대식 인공 시설물과 인간 한계의 유적지 같은 구조물이 자연과 더불어 아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연보존의 또 다른 방법?

 이것이 `중화`인가?

`중화`를 곱씹으며 저무는 석양에 나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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