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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몽 Apr 10. 2024

작가 인플레이션 시대, 그들의 창작은 모두 예술일까

글도 사진도 작가전성시대 

  안녕하세요, 사진예술가 길몽입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여러분은 작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분야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인 만큼 아마 문학 분야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저는 사진을 찍고 있어 작가하면 사진작가가 먼저 떠오릅니다. 작가(作家)의 작(지을 작)은 글을 짓다라는 1차적 의미를 넘어 '창작'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어 미술, 음악, 문학 등 모든 예술 분야에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렇기에 화가, 음악가, 사진가 등 모두 작가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브런치에는 작가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작가 신청을 해서 선정이 된 '작가'들에 한해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타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으며, 개인 sns를 통해서도 글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출판도 비슷합니다. 신춘문예에 등단해 책을 낸 작가도 작가며, sns에 쓴 글을 모아 독립출판한 작가도 작가입니다. 이렇게 보면 '작가'의 기준이 참 낮아진 것 같은데요. 누구는 작금의 상황을 작가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며, 누구나 작가지만 독서량은 줄어든 아이러니한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글 작가만 그럴까요?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카메라만 사면 스냅작가가 되는 세상입니다. 카메라가 없어도 핸드폰을 통해서도 작가 활동이 가능합니다. 인스타그램 프로필 하단에 스마트폰 작가라고 쓰면 되니까 말이에요. 우리는 모두가 작가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어의를 보았을 때, 부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작가라는 말은 수준이나 전문성보다는 '창작'에 중심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술은 다릅니다. '작가'들의 글과 사진을 포함한 모든 창작이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은 명확히 구분됩니다. 예술은 행정적으로도 생활예술과 전문예술을 철저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그렇다면 예술과 비예술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하는 방법 


1. 감각


  우리는 감각적으로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성 모델의 사진을 찍은 사진과 각고의 자기 탐색과 성찰이 들어간 예술 사진은 우리는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사체의 아름다움에 의존한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의 역사는 권력에 의해서 시작 및 유통되었습니다. 그 권력은 보통 자본이 있는 남성으로 이루어졌으며, 여성은 보통 피사체로 다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실정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오직 여성 모델만을 찍는 스냅사진작가는 예술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 예술가 '이명호 작가'

 

  하지만 감각에만 의존해 예술을 구분 짓기는 불가능합니다. 취향에 따라 누구 눈에는 대단한 예술 작품도 누구 눈에는 무가치한 것일 수 있을뿐더러, 작품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가치가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2. 장소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장소입니다. 이는 현대미술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더 의미가 커졌는데요. 현대미술의 표본인 뒤샹의 샘은 미술관으로 들어온 탓에 그 개념이 생성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예술가는 갤러리 빈 공간에 캡션을 두어 '이곳의 공기는 예술이다'라는 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그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얼굴 없는 작가인 뱅크시의 길거리 작품을 예술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심지어 그것이 불법이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감각뿐 아니라 장소도 예술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뱅크시의 작품


3. 인지도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 짓는 또 하나의 방법은 작가의 인지도입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칠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앤디워홀의 명언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말인데요. 유명세를 좇고, 위트가 넘쳤던 그의 생애를 봤을 때, 정말로 그가 했음직한 말인 것 같네요. 이 표현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저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명한 사람의 말이면 일단 귀를 기울이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평생 그림만 그린 작가의 그림보다 아트테이너라고 불리는 연예인 작가의 그림이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작품의 가격 또한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 짓는 요소일까요? 10억 그림은 예술이고, 5천 원에 판매된 그림은 예술이 아닐 수 있을까요? 평생을 어린아이처럼 그리고자 노력했던 피카소의 그림과 실제 어린아이의 그림이 같은 형태라면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비예술일까요. 유명한 작가의 천만 부가 팔린 책과 독립출판되어 한 권도 판매가 되지 않은 책은 예술과 비예술일까요? 오직 인지도를 통해 예술과 비예술을 구분 짓는다면 아무도 예술임을 자처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은 정의 내릴 수 없는 것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행위 혹은 산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술과 비예술은 철저히 구분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방법으로 구분 짓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위 3가지처럼 각자의 기준을 토대로 예술과 비예술을 명확히 구분 짓습니다. 예술과 비예술을 이야기하며 행적적인 '전문예술'과 '생활예술'을 언급했는데요. 그렇다면 생활예술은 예술이 아닐까요? 전문예술은 수준이 높고 생활예술은 수준이 낮을까요? 저는 어느 것도 명확히 대답하기 어렵네요. 참 예술은 어렵습니다. 


  작금의 작가 인플레이션 시대를 비판하는 것도 너무 클리셰입니다. 사태를 비판하기보다는 지금의 시대에서 어떤 태도로 작가와 예술을 바라봐야 하는지가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만의 철저한 기준을 만들고 그것에 부합된 창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글을 쓰고, 우리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 시대일까요. 거기에 걸맞게 책도 읽으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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