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도 채 어른이 아니었음을

스물아홉, 시월에 씀

by 김보
IMG_0245.jpg


요즘 아침에는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항상 훅 지나가버려 애틋한 가을이지만 올해는 그 속도가 더 빠른 듯하다. 하루 중 나는 때때로 못 이룬 이십대의 약속이 불쑥 떠올라 가슴 아파하고, 나름 얼마 안 남은 이십대의 그럴싸한 플랜을 세워대며, 잠들 때 쯤엔 이십대를 이렇게 하루 또 허투루 보냈다 푸념한다. 이십대 마지막이 괜히 아쉬워 이런 저런 의미 부여를 하면서 하루종일 질척거린다. 나이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멋이 없는지 알면서도 칭얼대는 것이다. 십년 만에 돌아온 이번 아홉살 인생에는, 십대로, 십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갈 때와 같은 설렘은 없다. 내내 무섭기만 하다. 서른이 되는 것은 막연히 무섭다.


어릴 적엔 무릇 서른이란 결혼을 하고, 서른은 아이를 키우고, 서른은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서른은 여유가 있고.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십대 초와 다를 바 없이 속이 좁고, 가진 게 없고, 여유가 없고, 나는 여전히 마냥 애 같다. 어른은 서른처럼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서른을 앞뒀지만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아직 채 되지 못한 어른이 무서워 이십대를 아쉬워 한다.


서른까지 한 계절 남았다. 이 계절을 나는 이십대를 정리하는데 다 쓰려고 한다. 어른이 될 준비는 못 하였어도, 어린 날의 마무리는 잘 하고 싶어서. 버즈의 비망록처럼 당차게 시작한 이십대를, 이제 그만 그럴싸한 회고록으로 덮어내기 위해서.


버즈 <비망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더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