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다.
두 분이 보낸 하루가 담긴 사진을 받고 줌파 라히리를 떠올린다.
얼마 전 읽은 《그저 좋은 사람》의 문장이 생각나서.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아내가 죽은 뒤 딸에게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은 아비의 속마음이 담긴 저 문장을 한참 들여다본 기억이 난다.
자식은 부모가 당연히 자신들과 함께 살기를 바랄 거라 단정 짓지만 부모의 인생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음을, 내 입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한 무언가 임을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다.
자식은 부모가 주인공인 대장정의 등장인물일 뿐이며 보이는 역사가 늘 다는 아니기 마련이다.
줌파 라히리의 글 속에서 나의 과거가, 혹은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마음이 얼핏 비칠 때마다 온몸에서 물기가 스며 나오는 기분이다.
줌파 라히리의 책을 좋아하는 건 이민자의 삶을 주로 그리는 그녀인지라 글 속에 동질감이 느껴지는 문장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가는 인생의 한 시절과 고민을 담담히 풀어나가는 그 글 속에서 나도 몰랐을 감정을 엿보게 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책과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을 때 낙차가 큰 책들이 있는데, 줌파 라히리의 책은 그렇지 않다. 내면의 일기처럼 가만가만 전하는 말들은 영어로 읽어도 한국어로 읽어도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든다.
삶이 공갈빵처럼 알맹이 없이 부풀어만 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작가가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브루클린 어딘가, 《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녀만의 장소에서 삶의 굴곡을 그린 또 다른 글을 쓰고 있을 그녀를 가만히 느껴보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