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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머, 새로운 길을 찾다

by 김제니

Gimje is the land of horizons. Here, the earth and the sky become one.

김제는 지평선의 고장입니다. 이곳에서는 땅과 하늘이 맞닿아 있어요.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에서는 김제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그 끝이 하늘에 맞닿아 있는 넓디나 넓은 들녘은 어느 누구나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자리에서 헛걸음질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1. 익숙한 풍경, 낯선 질문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어디서든 보이는 넓은 하늘. 김제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풍경을 당연하게 여긴다.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 있던 풍경이었기에,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든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공간이 가진 가치를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던 풍경 속에서, 나는 오히려 김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제의 하늘은
왜 이렇게 유난히도
파랗고 넓은 걸까?"




2. 지평선을 보지 못한 김제 사람


정작 나는 김제에서 자랐지만, 지평선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끝없는 들녘이 펼쳐진 곳에서 태어난 이유로 논은 차창 밖으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었지만, 김제를 떠올릴 때마다 '있어야 하는 것'처럼 따라붙는 단어였다는 사실.


학교 가는 길, 동네의 상가, 아파트 단지 속에서 지평선은 늘 저 멀리 배경처럼만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라도 김제를 떠나게 되면 그 차이를 깨닫게 된다. 논과 지평선을 보며 자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3. 도시에서 깨달은 지평선의 의미


도시는 건물과 도로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하늘은 점점 좁아졌고,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었다. 하루 종일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답답함이 쌓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득 김제의 넓은 하늘과 지평선을 떠올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김제의 지평선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공간의 크기를 넘어, 시야의 확장을 의미했다.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이, 이 넓은 하늘 아래에서는 선명하게 다가왔다.





4. 지평선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지평선은 가장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시야이자, 어쩌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바람이 스치는 들판, 멀리 이어지는 길, 끝없이 펼쳐진 논의 풍경은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을 만들어 주었다.


논을 가르는 작은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길이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은 마치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도시에서는 닿을 수 없는 풍경, 빌딩이 가로막아 가늠할 수 없던 시야가 이곳에서는 무한히 확장된다.




5. 지평선이 주는 영감


지평선이 멀리 보일수록,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 넓은 공간이 주는 여유, 하늘과 맞닿은 땅이 만들어내는 가능성. 김제의 지평선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생각의 경계를 넓혀주는 존재였다.


그래서, 김제는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지평선의 고장이다. 이곳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김제의 넓은 하늘과 끝없는 길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공유하기 위해.


"Go as far as you can see; when you get there, you'll be able to see further."
– Thomas Carlyle

당신이 볼 수 있는 만큼 가세요.
거기에 도달하면, 더 멀리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 지평선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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