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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스쳐간 자리, 김제의 기억

김제 성산공원과 금산사에서 만난 봄 풍경

by 김제니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좋냐고 누군가 노래했던 그 가사가 귓가에 맴도는 계절, 봄이다.


맞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봄꽃이 그렇게도 좋다. 예전엔 몰랐던 감정이지만.


나이를 먹고 나서야 꽃 한 송이에, 봄바람 한줄기에 이리도 마음이 설렐 줄 누가 알았을까.




이른 아침, 김제 성산공원을 찾았다. 공원 곳곳엔 봄의 향기가 가득했다. 햇살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따스하게 뺨을 스쳤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치며, 마치 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우리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것은
늘 짧은 찰나에 있다."


사실 봄은 참 짧다.

한껏 피어난 꽃잎이 어느새 흩날리고 사라져버리는 이 계절을 바라보며 가슴 한편이 늘 아련해지곤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려서인지, 매년 봄은 내게 더욱 소중해진다. 그 짧은 찰나를 놓칠까 봐, 나는 봄을 더 자주, 더 오랫동안 바라보곤 한다.



성산공원을 뒤로하고 금산사를 찾았다. 사찰의 고즈넉한 풍경에 봄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벚꽃, 개나리, 목련이 함께 피어난 풍경은 마치 그림과 같았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바라본 그 풍경은 한동안 내 발걸음을 묶어두었다. 금산사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아니면 내가 그만큼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가?




세월이 쌓이며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깊어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예전에는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갑자기 소중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한때 사소했던 것들이 문득 가슴을 두드리고, 익숙했던 장소가 특별해지는 그 순간. 그것은 아마도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일지 모른다. 그런 선물을 이번 봄, 김제에서 다시 한번 받았다.


돌아오는 길, 여전히 벚꽃잎은 바람을 따라 흩날리고 있었다. 꽃잎이 다 지고 나면, 봄의 흔적도 다 사라지겠지. 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둔 이 봄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봄은 꽃잎보다 기억 속에 더 오래 남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헬렌 켈러의 말이 떠올랐다.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나는 오늘의 김제의 봄을,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마음 깊이 새겼다. 벚꽃은 지더라도, 내 마음속 봄은 계속 피어난다.


"When spring whispers softly, beauty blooms even in the briefest moments."
봄이 부드럽게 속삭이면, 아주 짧은 순간에도 아름다움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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