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만난 인생의 리듬
골목길을 걷다 보면 우연한 장면이 마음을 붙잡을 때가 있습니다. 늘 걷던 길을 뒤로 하고 어느 조용한 동네를 지나던 날, 작은 텃밭에서 한 어르신이 삽을 들고 계셨어요. 삽 한 번, 숨 한 번. 땅을 뒤집고, 허리를 펴고, 다시 삽질을 하고 또 숨을 고르는 반복된 동작.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참을 지켜보았습니다.
삽 한 번, 숨 한 번
어르신이 흙을 일구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묵묵한 리듬 같았습니다. 빠른 동작도, 불필요한 힘도 없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땅을 갈아엎고 계셨거든요. 손에 쥔 삽은 땅을 깊이 파 내려갔고,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흙 위로 떨어졌습니다. 숨을 고르는 순간, 그분이 단순히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바쁜 도시의 흐름에 익숙해진 우리는 늘 빠르게 움직이려 합니다. 더 효율적으로,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해내야 한다고 믿고 있죠. 하지만 이 어르신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삽질과 쉼의 균형.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르는 태도. 그 모든 것이 무언의 가르침처럼 다가왔습니다.
삶이란 결국, 지속하는 것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습니다.
"많이 힘드시죠?"
어르신은 삽을 내려놓고 허리를 곧게 펴시더니 웃으며 답하셨어요.
"힘들지. 근데 해야지. 매일 조금씩 해 놓으면 나중에 덜 힘들어."
그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때때로 큰일을 단번에 해치우려 하는 우리. 하지만 인생은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해 놓아야 나중에 덜 힘들어진다. 이 단순한 진리가 어르신의 손끝에서, 숨소리에서 전해졌습니다.
김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논과 밭을 직접 일구며 살아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김제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논에서, 밭에서, 마당에서. 급하지 않게, 하지만 멈추지 않게.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며 땅을 다지고,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어왔습니다.
김제의 시간, 나의 속도
저는 김제시의 SNS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더 나은 기획, 더 많은 도달률을 고민하며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작은 골목길에서 배운 것이 있어요.
좋은 콘텐츠도, 좋은 기획도, 결국은 지속 가능한 속도에서 나온다는 것. 모든 걸 한꺼번에 쏟아내기보다, 한 번의 삽질을 제대로 하고, 숨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야 다음 삽을 들 힘이 생긴다는 것.
오늘의 이 장면을 눈과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어요. 김제의 이야기들도, 내 삶의 속도도, 삽 한 번, 숨 한 번의 리듬을 잊지 않겠다고.
이 골목을 걸으며 다시 생각합니다. 어느 한 곳에서도 쉬이 멈추지 않고, 그러나 무리하지도 않는 김제의 시간 속에서, 나는 어떤 속도로 살아가야 할까?
Don't rush the process.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꾸준히 하면 결국엔 이기게 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