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 V 페라리(2019)
1960년대, 포드 사는 페라리를 인수하려다 도리어 모욕만 당한다. 분노 게이지가 가득 차오른 헨리 포드 주니어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해 페라리를 조져놓겠다고 결심하고, 목표 실현을 위해 이 남자를 고용한다.
바로 르망 레이스 우승자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 캐롤은 우승을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실력파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데려오지만 포드 사의 간섭이 만만치 않다. 켄은 실력과 재능만큼은 최고지만, 포드 사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닌 이른바 노빠꾸 스타일이었기 때문.
과연 캐롤과 셸비는 고나리자 포드 사에 굴하지 않고 르망에서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1966년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한 이 두 남자의 실제 이야기다.
‘포드 V 페라리’는 연기, 스토리, 연출, 재미 등 영화관에서 체감하면 좋은 모든 것들을 거의 다 잡아낸 영화였다. 특히 카레이싱 장면은 긴장감도 넘치고 짜릿함의 연속이었는데,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봉인해둔 질주 본능이 꿈틀거릴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대망의 레이스 장면은 생각보다 늦게 나오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 파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순삭. 152분이 120분 언저리 같은,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매직을 경험하게 된다.
실화 바탕의 영화니 결말 스포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겠지만 차알못인 내게는 참 흥미진진한 드라마였다. 영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복선이 괜히 복선이 아니구나 싶어서 좀 씁쓸하고 찡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영화 내내 어디서 본 것 같은 낯익은 얼굴들을 봐서 좋기도 했다. 켄의 와이프 몰리(케이트리오나 발피)는 ‘아웃랜더’ 주인공, 아들 피터(노아 주프)는 ‘원더’의 잭이었다. 노아는 참 훈훈하게 커서 할리우드의 차세대 정변 아이콘이 될 수도 있을 듯.
영화를 본 직후에는 캐롤과 켄이 TEAM 포드나 다름없는데 제목에 왜 ‘VS 페라리’를 썼을까 의아했는데, 검색하다 포드=맷 데이먼/페라리=크리스찬 베일의 구도라는 평을 보고 납득이 갔다. 단순히 포드 사와 페라리 사가 맞붙는 영화가 아닌, 포드 스타일 남자와 페라리 스타일 남자의 우정 이야기라 그렇겠구나 싶었다.
만약 자동차, 레이싱, 맷 데이먼, 크리스찬 베일 중 좋아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되도록 극장에서 보는 걸 추천. 큰 화면과 짱짱한 스피커로 경험해야 더 재미있을 작품이다. 스크린X로 봤는데 4D로 봤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