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교장(教場, 2020)
경찰학교의 바른생활 청년 미야사카(쿠도 아스카). 과거 눈 속에 조난당해 죽을 뻔했던 미야사카는 경찰의 도움으로 구조된 이후 경찰을 동경하게 됐다. 경찰학교 생활은 녹록지 않지만, 미야사카는 모나지 않은 성격과 성실함으로 그럭저럭 잘 적응 중.
그런데 어느 날 새 교관 카자마 키미치카(기무라 타쿠야)가 오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카자마는 미야사카와 교실로 가던 중 느닷없이 미야사카에게 자길 불심검문해보라고 한다. 미야사카는 어리둥절했지만 깔끔하게 불심검문 롤 플레이에 성공한다. 그러나 미야사카에게 돌아온 건 칭찬이나 격려가 아닌 아래의 오싹한 한 마디.
“왜 수업 때 일부러 서툰 척했나?”
그렇다. 카자마는 다른 수업에서 미야사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카자마는 “네가 한 행동은 교관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당황한 미야사카의 면전에 퇴학계를 들이댄다. 미야사카는 그대로 벙쪄서 얼어버리고, 카자마는 그런 미야사카에게 과제를 하나 내준다.
카자마가 미야사카에게 전달한 미션은 뭘까. 과연 미야사카는 무사히 경찰학교를 마치고, 본인의 바람대로 경찰관이 될 수 있을까.
‘교장(教場)’은 경찰학교의 교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자 뜻대로 배움의 장인 이곳은 당찬 포부와 꿈으로 가득 찬 싱그러운 장소가 절대 아니고, 싹수가 노란 학생은 가차 없이 내보내는 서바이벌 격전지에 가깝다. 미래의 경찰이 될 학생들 중에는 멀쩡한 척하는 함정카드 같은 인물이 있고, 어딜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카자마 교관의 수업 방식은 엄격하다 못해 잔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부작인데 전편과 후편의 인상이 꽤 달랐다. 전편은 쫄리고 또 쫄리는 미스터리의 같았는데 후편은 살짝 늘어지면서 전형적인 일드 식 엔딩으로 마무리한 느낌. 임팩트와 긴장감은 전편에 쏠려 있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도 뛰어났고 배우들의 연기합도 나무랄 데 없었다.
특히 백발의 기무라 타쿠야는 그저 박수. 의안과 제복이 주는 포스도 있었지만 등장할 때마다 극 몰입도를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 새삼스레 다시 한번 얼마나 목소리가 좋은 배우인지 실감하기도 했다.
2부작으로 학생들의 서사는 풀렸으나 카자마는 그렇지 않다. 카자마의 과거나 의안을 쓰는 사연도 궁금하고, 후편에 잠깐 얼굴을 비춘 새로운 학생들을 상대로 그리는 빅 픽처가 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카자마의 과거를 다룬 신간이 나왔다는데 아직 국내 번역본은 아직인 듯. 시청률도 잘 나왔던데 후속 편 컨펌 소식이 빨리 들렸으면 좋겠다.-영화화 찌라시가 사실이 되길!-
아직 판권 안 팔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