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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mesilver Jan 01. 2020

2019년 회고

2019년는 브런치 글쓰기에 많이 소홀한 한해였는데 회고까지 그냥 넘기면 안될 것 같아 회고를 작성해 봤습니다.


1. 올해의 책

올해 2월 '엔씨북스' 모임이 종료되면서 다시 책읽기에 다소 소홀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몇 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 두 권 있었는데 '팩트풀니스'와 '도덕의 궤적' 입니다. 

요즘 정치/사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점점 부와 권력이 편중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국가 간에도 이기주의로 인한 분열과 대립이 잦아지고 있고, 범죄는 점점 지능화되며, 가짜 뉴스나 거짓 루머가 너무 교묘해져서 뭐가 진실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팩트풀니스'에서는 세상이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실제보다는 오해나 착각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10가지 인간 본성으로 정리합니다. 더 나아가 '도덕의 궤적'에서는 심지어 현대인들이 역사상 그 어떤 시절보다도 더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에 대해 전쟁, 테러, 노예 제도, 여성 권리, 동물 보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엄청나게 폭넓은 자료와 엄밀한 논리를 통해 설명합니다 (그래서 책이 제법 두껍습니다). 


전 '회의적 낙관론자 (skeptical optimist)'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주어진 상황이나 개개의 사안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로 의심하고 비판하는 자세를 갖되, 최종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낙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권은 바로 이런 '회의적 낙관론자'를 위한 책입니다. 특히, 진실이나 정의가 뭔지 점점 판단하기 힘들어지는 요즘 시대에는 이런 '회의적 낙관주의'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2. 업무 확장과 위임 

2019년 2월에 맡고 있던 팀을 포함한 두 개 팀의 실장직을 맡으면서 기존에 하던 게임 데이터 분석 외에도 회사 내부에 운영 관련 데이터 분석 업무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실 인원도 작년보다 몇 명 더 늘었습니다. 직접 담당하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책임지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보니 하반기에는 브런치에 글을 전혀 쓰지 못했네요. 

보통 회사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는 속도보다 소진하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그리고 이게 심화되면 소위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번아웃이 되죠. 최근 몇 년 학교 공부를 다시 하면서 이런 것이 많이 해소되었었는데, 올해 학위 과정은 끝나고 회사에서 맡게된 책임이 더 커지다 보니 하반기에 번아웃이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지속되면 스스로에게나 조직에게나 좋지 않을 것 같아 기존에 겸임하고 있던 팀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더불어 업무적으로도 직접 모든 일을 관리하기 보다는 대부분을 위임하고 제 스스로를 위한 일에 좀 더 집중해볼까 합니다. 


3. 졸업

드디어 박사 과정을 졸업합니다. 2015년에 입학했고 2019년 6월에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으니 대략 4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대략 박사 과정 평균 졸업 년수가 5년 정도라고 하니 평균보다는 약간 빨리 졸업했습니다. 전공 분야가 다르다 보니 선수 과목 이수가 필요해 총 42학점(14과목)을 들어야 했고, 졸업시험도 5과목을 봐야 했습니다. 박사 과정동안 SCI 2편, 국제 학회 2편, 국내 학술지 3편의 논문을 썼고 공동 저자로도 한 3~4편 정도 참여했습니다. 다작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래 박사 과정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인 논문 쓰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충분히 경험한 것 같습니다. 논문을 쓰면서, 그리고 특히 제출한 논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리뷰를 받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실험하고 이것을 다시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상 박사 과정에서는 수업을 통해 뭔가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논문을 쓰면서 깨닫는 것이 훨씬 많으며 이게 박사 과정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중간에 힘들어서 살짝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이렇게 마무리하고나니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네요. (그래서 하반기에 스스로를 위한 선물을 크게 질렀다는...)  


4. 기타 등등

박사 학위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그동안 2년째 미뤄놨던) 회사 근속 10주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약 2주간의 일정으로 뉴욕과 퀘백을 다녀왔는데 뉴욕은 번잡했지만 재즈 클럽과 박물관이 좋았고 퀘백은 그냥 동네 자체가 다 좋았습니다. 혹시 뉴욕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타임스퀘어에 있는 'Birdland'라는 재즈 클럽은 꼭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티니나 맥주를 홀짝이며 눈앞에서 최고 수준의 빅밴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박사 학위를 마친 기념으로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 차를 질렀습니다. 제가 그리 소비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돈을 크게 써보니 그 과정에서 무척 설레더군요. 사람들이 이런 맛에 뭔가를 지르나 봅니다.


마치며

연말에 심적으로 많이 지쳐서 그런건지 어제까지만해도 2019년이 그리 만족스럽거나 보람찬 한해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해 놓고 나니 생각보다 나름 알찬 한해였던 것 같아 다소 우울했던 마음이 풀립니다. 이렇게 가다듬은 마음을 그대로 안고 2020년은 연말까지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한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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