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잠 Oct 22. 2024

비자? 그거 이렇게저렇게만 하면 되는 쉬운 거 아니야?

[항저우 - 2] 간과했던 중국의 폐쇄성.. 그리고 우리의 안일함..


행사를 참가하다보면 다양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물론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준비하는 시점에도 일어나곤 하지요. 사실 좋은 일이면, 준비를 더욱 잘 되게하는 일이라면 굳이 어떤 ‘일’이라고 칭하지는 않겠지요. 대부분에 준비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건'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곤 합니다. 항저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일어난 일도 그랬습니다. 확실히 사건이라고 불릴 만한 일.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 되지 못했다면 그 다음의 단계 자체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외 여행을 준비하는, 특히 중국이라는 나라를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알 수 있을 ‘비자'와 관련한 문제였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라면 비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방문 목적에 따른 다양한 종류의 비자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미리 발급을 받은 뒤 비행기에 올라타야만 합니다.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ArtBook in China> 행사를 참가했을 때도, 그리고 2023년 이번 항저우 행사도 그랬습니다. 다만 차이는 2018년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 발급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23년 이번의 경우엔 코로나-19로 인한 ‘개인 비자 발급 중지’가 이제 막 풀린 시점이었기 때문에 많은 신청자들이 몰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저희가 준비를 시작했던 시점 딱 며칠 전에 풀렸던 것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그점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간과'라는 말도 과할 만큼 아예 신경 자체를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출발일이 4월 19일이었지만 5년 전을 생각하며 느긋하게, 4월 1일이 되서야 슬슬 비자 신청 준비를 시작했고, 이것은 결국 4월 1일부터 출발 바로 전날인 18일까지의 끊임없는 에너지 소모를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예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 여행자를 위한 비자 발급이 재개되었다는 사실을 여러 뉴스를 통해 언뜻 볼 순 있었으니까요. 참가를 확정 지은 이후였기에 중국과 관련한 소식이 있을 땐 괜히 눈길이 더 갔고, 그런 와중에 비자 발급 재개라는 큰 의미가 있는 소식은 제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을 들으며 수월하게 발급하여 천천히 준비할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2018년과 근본적으로 다른 사실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당시 비자 발급을 위한 절차를 여행사를 통해 모두 대리로 일임했다는 것이고, 지금은 우리가 직접 모든 것을 다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신청서만 기입하고 클릭, 뚝딱!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한심한 사람이었는지.. 특히 중국과 같이 일부 폐쇄적인 나라의 경우, 더욱 엄격 철저 하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발급을 위한 웹사이트를 마주하고 느낀 막막함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거기엔 개인 신분에 대한 정보는 당연했고, 여행 목적과 왕복 비행 정보 및 여행 기간동안 묵을 숙소에서부터 심지어 어느 곳을 여행할지에 대한 계획까지 모두 ‘상세하게' 써야만했습니다. 아니, 아직 어디를 방문할지도 몰랐는데 날짜별로 방문할 곳을 모두 적어라니요. MBTI P유형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저도 아직 어디를 갈지 모르는데 어떻게 상세하게 써라는 말인지.. 하지만 이 막막함은 그래도 여러 검색창에 자신의 삶 일부를 블로그나 SNS를 통해 소상히 남겨놓는 21세기형 정보전달자 분들이 남긴 자료를 보면 시간이 들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직 18일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블로그 자료를 보고 잘 써보자, 먼저 우리와 비슷한 고생을 했던 유학생 분의 경험담을 교사 삼아 잘 한 번 시도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게 딱 4월 3일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잠깐 막막했던 상황이 풀리고, 잘 작성하여 이제 비자를 만날 수 있겠지 하며 생각했던 상황은 4일이 되자 급속도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예약 일정 신청'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5년 만의 중국행. 하지만 우리 앞엔 시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