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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Oct 22. 2024

동아줄인가? 썩은줄인가?

[항저우 - 4] 과연 비자 이슈의 마지막 결론은!?


사실 제주 센터에 예약했기 때문에 그 유혹에 넘어가버린 것일지도 몰랐습니다.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 대구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니요. 시간에 맞춰 제주행 비행기를 검색하는 와중에도, 비행 요금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랬기에 방문 예약을 했지만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겠죠. 그리고 정신줄을 놓고 새로고침만 클릭만을 반복하고 있던 그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멈추지 않던 새로고침은 결국 뜻밖의 결실을 맺게 됩니다. 매우 운이 좋게도(곧 불운으로 판명나지만) 바로 다음날인 7일, 부산에서 12시에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제주 센터 13일에 예약을 해놓은 상황. 2명 모두 이미 예약을 했기에 7일로 수정을 하기 위해선 이전의 제주 건을 취소해야만 했습니다. ‘13일보단 7일이, 제주보단 부산이 더 낫겠지’라 생각하며 급한 허기를 달래주던 유부초밥을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큰 걱정없이 취소를 클릭하고 다시 페이지를 넘어와 부산으로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아뿔싸! 가능한 7일 날짜창을 클릭하고 보니 한 자리만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두 명인데 말이죠! 입에 들어있던 유뷰초밥 밥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가능한 부산 한 자리에 얼른 은지 작가로 예약을 하고 저는 혼자라도 제주를 오갈 생각을 하며 뒤늦게 제주 센터를 재예약하려고 했지만.. 분명 대한민국 어딘가엔 그순간 우리와 똑같은 마음으로, 새벽 네시가 넘는 시간에 새로고침을 연신 누르고 있던 사람이 있었던 게 분명했습니다. 그에게는 갑작스레 나타난 제주 1건이 아주 해피한 결실이었고, 우리가 취소를 했던 그 즉시 자리를 꿰찼던 게 분명했습니다. 우리가 잡았다고 생각한 지푸라기, 동아줄은 알고보니 벌초가 완료된, 썩어있었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예정된 항저우 행사에 반드시 참가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이후로도 계속해서 정신줄 놓은 새로고침을 이어갔지만 예약 가능 낌새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네, 그날의 예약 이벤트는 우리가 마무리로 장식했었던 것이었죠. 이미 그때가 새벽 다섯시쯤이었고 저의 졸음도, 김잠의 졸음도 저 자신을 완전 잠식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은 자자. 자고 일어나 제주든 부산이든 센터에 직접 전화를 하고 정확히 어떤 상황이며, 예약을 진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기로 하고 침대에 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일어난 저는 센터 오픈 시간인 9시에 딱 맞춰 우선 제주쪽부터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주는 급행/특급 예약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13일 예약으로 ‘일반 신청'을 한다면 적어도 20일이 넘어야 발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제주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곧이어 바로 부산 센터에 전화를 걸어 우리의 절박한 상황을 설명하며 해결 방법에 대해 간곡히, 정말 정성을 다해 간곡히 답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직원분은 출발 날 이틀 전인 17일에 특급으로 신청을 한다면 ‘개인정보 기입 오류가 없는' 조건이라면 18일에 발급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대혼돈의 멀티비자 속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현 상황에서 계속해서 예약 가능 일자를 새로고침하는 것이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이후 의미심장하게 한 손가락을 치켜세우던 닥터스트레인저와 같이 굳은 결심을 한 후 기존의 예약건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더불어 19일 출국일자에 너무 가까워 신경쓰지도 않았던 17일 오전 9시 30분 건으로 새로이 예약을 했습니다. 돌고 돌았지만 이 방법마저 불가능하다면 안타깝지만 우리의 중국 여행은 출발도 하지 못한 채 이미 끝이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비자 신청 과정을 알게 되었다는, 중국 비자를 신청하려면 부지런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음에 감사하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부산 센터에 몇 차례 더 전화를 걸어 혹시 모를 신청 반려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며 갖춰야할 것들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정말 귀찮아셨을 것 같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반복적인 전화 문의에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부산 비자 센터 직원분께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은 모두 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급하게 신청했지만 통과가 되어 비자를 받게 된다면 운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우리의 게으름에 대한 벌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출발 2주를 남긴 4월 5일까지의 일이었습니다. 폭풍처럼 휘몰아친 닷새간의 스페셜 고군분투 이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침내 비자를 발급 받고 중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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