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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 Gina Mar 31. 2019

선우정아

2019.03.31

어떤 곡은 짧은 테마만 가지고 오랫동안 머물다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 몇 년 만에 탄생하기도 하고, 어떤 곡은 순식간에 만들어졌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해 고생만 하다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곡은 정말 갑툭튀 하기도 한다.


‘city sunset’은 후에 제자리를 찾은 케이스이고 ‘그러려니’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다니던 가족의 말이 단번에 노래로 만들어졌으며, ‘백년해로’는 긴 시간에 거쳐 계속해서 다듬어지고 바뀌고 연단되다 밴드의 초견 합주 이후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오늘은 선우정아의 소극장 콘서트 <note>를 보고 왔다. 홍대 벨로주에서 100인의 관객과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며 진행된 공연이었다. 가까이서 본 선우정아는 역시 멋졌고 밴드와 보컬의 호흡고 좋았다. 그리고 그는 솔직했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었고, 3주간의 장기 공연 중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음에 벅차 했다. 그녀가 자신의 음악과 삶을 꾸준히 가꿔가는 엄청난 노력파임을 그리고 참 따뜻하고 매력적인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 받음에 고마워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나의 마음속에는 (직접 배우지 않았을지라도) 선생님이 여럿 있는데 선우정아는 그중에 한 명이다. 그녀의 음악의 세련됨과 적절하고 탁월함이 너무 좋고 그를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성실함과 좋은 에너지가 늘 나를 고무시켰다. 그녀는 닮고 싶은 태도를 가진 나의 멋진 아티스트이자 선생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계속해서 작업했던 ‘?.?’를 공연했다. 수요일 완성하여 목요일 아침까지 공연해하는지 고민하다 함께 공연하는 이들에게 보여준 뒤 공연하기로 결심했다. 적은 관객이었지만 그들의 피드백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고.. 좋았다. 게토 얼라이브라는 공간에서 연주했기 때문에 일단 제목을 ‘게토’라고 했다.


오늘 선우정아의 공연을 보면서 나의 곡들이 생각났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탄생한 나의 곡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훑어보았다. 순식간에 만들어지기도, 합주를 하다가 만들어지기고, 오랫동안 고전하며 만들어지기도 한 여러 곡들. 유독 편애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미워하다 다시 사랑하게 되기도 하는 곡들. 나의 곡들은 다 나의 자식 같다. 저마다 다르고 저마다 가진 마음도 조금씩 다르다. 이제 3년 차인 나는 이렇게 곡들과 살아가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때론 묵혀둘 줄도 알아야겠다고, 눈 앞의 목적을 위해서만 음악을 만들지는 말아야겠다고, 그 곡이 가진 에너지를 잡는 데에 더 치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멋진 말고 좋은 말고 내 삶과 나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진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뮤지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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