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드라마《 D.P 》 봤어?

행복 이야기 5

by 지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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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혀기 동생 소리가 입대했다. 그러니까 나의 둘째 아들 소리가 군대에 간 것이다. 언제부턴가 흐드러진 벚꽃이 아닌 노란 리본을 먼저 떠올리게 된 슬픈 4월이 아들의 빈자리로 인해 그 슬픔이 배가되었던 어느 날, 베프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 군대 보내 놓고 잘 견디고 있는지 점검 차원의 안부. 친구 목소리 듣는 순간, 설움 폭발! 나는 전화기에 대고 애기처럼 엉엉 울며 소리쳤다.


“나 이제 진짜 독거노인이야. 엉엉.. ”


아주 쿨한 그녀, 절대 위로 같은 거 못하는 이 친구는 애가 되어버린 내가 웃기다며 웃었다(나도 내가 웃기단 걸 알았는데 뭘..ㅋㅋ). 하지만, 아기 울음이 점점 어른 울음으로, 안으로 잦아들며 흐느낌으로 변하자 심각성을 깨달은 친구.


“내가 갈까?”

“나 곧 수업 있단 말이야. 왜 전화해서 울려? 나 곧 줌으로 수업해야 하는데 어떡해.”


그렇게 친구는 졸지에 죄인이 됐다. 친구 슬플 때 전화해서 울린 죄. ㅠㅠ

친구는 애 달래듯 어서 세수하고 수업 준비 하라며 저녁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시계를 보니, 아뿔싸! 수업 시작 5분 전. 욕실로 가서 거울을 보니 오! 마이! 갓! 그새 얼굴이, 두 눈이 퉁퉁. 인간의 얼굴이 아니다. 이 몰골로 어찌 학생들을 대면할꼬. 결국, 그날 선글라스를 쓰고 화면에 등장. 놀란 학생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방 안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수업을 했다는 웃픈 전설이...ㅋㅋ




그렇게 엄마의 4월을 서러움으로 물들게 한 아들 마음은 어땠을까나. 아들 입대 전날 저녁, 6시간 연강을 마치자마자 파김치가 되어 누웠다가 잠이 들었다. 엄마가 잠든 사이, 아들은 몰래 장봐다 엄마의 최애 파스타 ‘알리 올리오’를 만들어 나를 깨웠다. 테이블 위에 예쁘게 세팅된 파스타, 얼마나 예쁘던지. 맛은 왜 그리 맛난 건데. 넌 누굴 닮아 이리 로맨틱한 거니?


파스타를 먹는 엄마를 지켜보던 소리는 작은 상자 하나를 테이블 위에 슬쩍 올려놓으며 선물이란다. 다 먹고 오픈하라는 걸 기어이 그 자리에서 확인해버렸다.

“호신용 가스 스프레이”(녀석 눈에는 이 늙은 아줌마가 아직도 소녀로 보이나 보다 ㅋ)

울컥!

순간, 고개 숙이고 파스타를 입에 넣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며칠 전 내 생일에 전화가 왔다. 생일날 엄마 뭐하냐며 이런저런 군대 얘기를 들려준다. 그러다 생각난 듯 묻는다.


“엄마, 드라마 《 D.P 》 봤어? 그거 우리 헌병 얘긴데...”

“그래? 그럼 당장 봐야쥐.”


소리는 헌병이다(요즘은 ‘군사 경찰’이라 부른단다). 지금은 영창 근무하는 쫄병이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정말 영창 근무하는 헌병, 그리고 D.P(근무이탈 체포전담조) 이야기다.


앉은자리에서 6화까지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내 아들인 듯 감정 이입하며 보고 나니 분노로 슬픔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걱정 한 가득. 엄마가 한 큐에 다 봤다는 말을 듣더니 저도 내일부터 보겠다는 아들에게 나중에 보라 했다. 지금 보면 절대 안 돼, 넌!!


우리 소리는 축구를 했던 아이다. 축구선수의 꿈을 안고 그 머나먼 독일까지 갔던 아이. 외부적 조건에 의해 그 길을 접고 돌아와야 했던 아이(미안하다, 아들). 그리고 소리는 독학으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고 군인이 되었다. 독일에서 배운 축구가 군대에서 빛을 볼 줄이야.


자대 배치 후 얼마 안 돼서 소리의 축구 경력을 알게 된 선임이 그날 당장 풋살 경기를 열었단다. 내무반끼리의 시합에서 매번 지기만 했던 그 선임의 한을 아들이 그날 큰 승리로 완벽하게 풀어주었단다. 그렇게 선임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된 일병 소리는 결국 D.P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자기가 계획한 자기 계발 시간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안 하겠다고 말해서 D.P 선임들이 많이 서운해했다고("그래서 그 축구하는 박일병 끝내 D. P 안 하겠대?").


그 선택에 후회는 없냐고 물으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입대하며 세운 계획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아들.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아들이 늘 불만이었지만 이조차도 행복한 불평임을 나는 안다. 그리고 많이 고맙다. 군대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래도 많이 단순해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아들. 그렇잖아도 생각 많은 애어른이던 우리 소리는 군대 가더니 더 많이 의젓해졌다. 전화로 엄마 고민도 들어주고 즉석에서 심플한 솔루션도 준다(그럴 땐 녀석이 부몬 줄 ㅠㅠ).


그러니...
난 아들 걱정일랑 내려놓고 나만 잘 살면 된다. 씩씩하게 그렇게 내 삶을 살면 된다. 그게 아들의 군생활을 응원하는 엄마의 바람직한 자세임을 나는 안다.
나에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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