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나는 파일럿이 꿈인 큰아이가 이틀 전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위해 가입교 했다. 청주에 있는 학교 캠퍼스에 아들을 두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내내 눈물이 났다. 그 길을 어찌 운전을 하고 왔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스무 살이 된 아들과 처음으로 긴 이별을 하는 것이더라. 그래서 더 허전하고 슬펐으리라. 몇 년 전부터 회사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간 남편의 자리를 너무도 든든하게 대신해주던 아들이 내 곁을 떠나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 못 하고 서럽게 울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자 봤던 영화 두 편...
‘버킷리스트’와 ‘12인의 분노한 사람들’..
이 두 편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영화는 나에겐 마치 하나의 스토리로 해석되었다.
두 명의 시한부 노인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세상 여행’을 다룬 ‘버킷리스트’...
삶의 방식이 판이하게 달랐던 두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그 계기를 통해 되새기게 되는 삶의 의미.. 잔잔한 메시지가 참 맘에 와 닿았다. 거기에다 주인공이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다. 무슨 더 할 말이 필요하겠는가?
몸과 마음은 많이 지쳤음에도 쉬이 잠들 것 같지 않아 보게 된 영화, ‘12인의 분노한 사람들’. 개인적으로 법정영화를 좋아해서 선택한 이 영화, 최고다.
1957년의 흑백영화의 향수는 차치하더라도, 부친의 살해 혐의를 받는 소년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위해 작은 방 안에서 12명의 남자들이 토론하는 내용이 전부인 이 영화의 몰입도는 시쳇말로 최고다. 민주주의, 배심원, 다수결, 정의... 등의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면서 ‘설득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아주 명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늘 편견이 진실을 가린다’는 주인공 헨리 폰다의 말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정의를 믿는 단 한 사람의 의지가 그렇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설득력 있는 논리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보다는 훨씬 살맛 나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모건 프리먼이 들려주는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믿음, 영혼이 하늘에 가면 신이 묻는다던 두 가지 질문: 하나, ‘당신은 인생의 기쁨을 찾았는가?’, 둘,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는가?’
나는 생각해 본다. 11명이 너무 쉽게 ‘유죄’에 손들 때,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며 그들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 정의의 수호자 헨리 폰다는 최소한 두 번째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삶이란 같은 강으로 흘러가는 시냇물과 같은 것이다. 앞에 무엇이 놓여있던 말이다. 안개든지, 폭포든지...’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삶의 대한 정의다.
그래, 물결 따라 흘러가게 하자. 하지만, 최소한 인간으로서 부끄럽지는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