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by 지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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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파우스트]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한국의 괴테 전문가 전영애 서울대 명예 교수다. 몇 년 전, ‘시인의 집’을 다 읽은 날 밤, 잠들지 못해 독백하듯 써내려간 메일에 답장을 주신 인연으로 그 다음날 여주의 ‘여백서원’으로 무작정 달려갔었다.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말없이 꼭 안아주셨다. 엄마의 품처럼 참 따뜻했었다.


선생님의 멋진 서재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시며 귀한 것을 보여주셨다. 1808년도 [파우스트] 초판본이었다. 200살 넘은 나이의 파우스트는 누렇게 빛바랜 낡은 모습으로 비단 보자기에 고이 싸여 있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는 행복감이 얼마나 컸었던가.


선생님은 그 당시 독·한 대역 출간을 위해 [파우스트] 번역작업 중이시랬다. 그 연세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에 사뭇 숙연해졌던 기억. 나중에 독일 ‘괴테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 오셔서 우리 집을 찾아주셨을 때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로 바꾸게 된 계기를 들려주셨드랬다.


우리는 모두 좌절과 방황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간다. 나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할 때마다 내게 힘을 주던 문장이었다.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방황’ 그 자체가 바로 우리가 노력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의미로 혼자 추측할 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방황하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방향성을 잃지 않으며 계속 나아갈 수만 있다면 흔들리며 가는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겠구나. 이렇게 나만의 해석으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건 아닐는지.


괴테 역시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능동적 사유와 연구, 그리고 창작으로 극복하며 자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나간 인물이 아니던가. 어쩌면 자신의 아픈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을 저 한 문장에 담아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 수많은 좌절을 겪으며 눈물 흘려야 했던 그 자체가 이미 큰 발전이고 성장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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