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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블랙 Oct 11. 2020

타지에서
인생 첫 집을 통해 얻은 애국심

뉴질랜드에서의 첫 집 구매, 그리고 떠나보내기 (1)

* 개인 에세이이므로 가볍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요즘 한국이든 뉴질랜드든 언론에 나오는 부동산시장 이야기를 들으면 2030세대가 어떻게 집을 사야하는지 막막해진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집값은 - 특히 수도권 집값은 -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때문에 실물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주식가격과 더불어 집값이 내려가기는 커녕 올라가는 상황이 너무 쓰라리다. 사촌이 땅을사면 배가 아픈게 아니라, 그저 땅을 산다는 꿈이 더욱 멀어져서 배가 쓰라린 느낌?


5년 전인 2015년, 취직 후 해가 갈수록 친구들과 모이면 수다를 떠는 주제는 점차 남자친구, 패션 등에서 점점 좀 더 좋은 집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자가로 가고싶다는 주제로 옮겨갔다. 그리고 자취방에서 살던 우리도 점차 방 2개로, 혹은 복층 원룸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우리는 한국 인구 수는 결국 줄어들 것이고, 힘들게 서울에 있는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우리 집을 서울에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찬 이야기들을 (보증금도 겨우 마련하는 처지였지만) 나눴다.


하지만 2020년 현재, 한숨과 술잔 없이 집 매매를 논의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청년 중에 몇 명 없보인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잡히기 너무 어려워 보이고,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부동산시장은 자꾸 가격이 올라간다. 그리고 서울 집값은 해가 갈수록 새로운 고점을 찍는다. 그 때의 20대 초중반의 '언젠가는 돈을 모으다보면 집이 생기겠지'하며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었던 우리는 이제 30대가 되어서 현실적으로 이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보다 인구가 10배 작지만 3배나 넓은 면적의 뉴질랜드의 부동산시장도 비슷하다. 범죄율이 높거나 학군이 최하위권인 곳이 아니라면, 뉴질랜드의 주요 도시에서 가족이 살 수 있는 장소를 구입하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클랜드와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의 부동산 시장은 건강하지 못한 시장이다. 자가소유의 비율은 낮고, 주택담보대출 총 금액의 비율이 높으며, 지금은 그나마 많이 줄어들었지만 투자를 위한 자금이 아직까지도 부동산시장에 상당히 많으며, 높은 가격에 비해 주거의 질이 한국의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클랜드에서 학군이 좋고 동네가 좋은 곳은 너무나 낡았고 습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17평에 방 2개인 빌라가 5억은 가뿐히 넘어간다. 산이 많아 집을 많이 짓기 어려운 구조인 수도 웰링턴 역시 인구가 작은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오클랜드의 집값과 비슷하다. 방 4개에 화장실 2개가 있고, 부엌과 거실이 분리될 정도의 집을 고르려면 이 곳도 10억은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통 집 청사진을 확인하면 2층짜리 집인데 화장실이 2층에만 혹은 1층에만 있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요즘 대도시권에 지어지는 타운하우스는 좁고 높게 짓는 경우가 많은데, 3층짜리로 한 에 15평씩 해서 짓고 1층과 3층에만 화장실을 짓기도 해서, 이 넓은 땅에 인구도 5만명인 나라에서 어찌어찌 신축 타운하우스 하나를 사더라도, 노년에는 팔고 아주 시골로 가야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 1-3층을 화장실과 부엌때문에 오르락 내락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뉴질랜드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한국의 부동산시장 역시 전세계 부동산시장의 상승세 시장 중 하나임을 느끼게 된다. 이 곳 역시 3년전에 집을 산 사람들도 부동산 시장이 더이상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고, 너무 비싸게 쳐주고 집을 사지 않았을까 반신반의하며 샀지만, 현재 그 집들은 같은 가격에 절대 살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있으면 집에 투자하고, 집값은 더 올라가고, 그래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가격으로까지 이르렀다.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렌트 (한국으로 치면 매주 내는 사글세 정도 된다) 수요가 올라가고, 따라서 집을 빌리는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총 3편에 나누어 뉴질랜드에서 내가 겪었던 부동산 매매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나와 내 남편이 내집마련을 위해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집을 사고 팔았으며, 그리고 한국과는 다른 어떤 외딴 섬의 부동산시장의 흥미로운 점들을 내 경험에 녹여 나누고싶다. 다른 사람의 집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쫑긋 세워지듯이, 내 이야기도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뉴질랜드라는 나라가 조금 생소하기는 하다. 하지만 - 비록 한국에서 회사생활 하면서 3년동안 최대한 쓰지 않고 모았던 돈, 중학교때부터 세뱃돈부터 차곡차곡 모은 용돈을 이 곳 뉴질랜드에서 집을 사게 되는데 보탤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 실제로 와서 부동산시장도 조사해 보고 직접 거래를 해 보니, 사람사는데가 다 똑같아서 충분히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도 첫 집 마련을 위한 생애최초 제도 비스무리한것도 있고, 대출 없는 내집 마련을 위해 은퇴 후에도 열심히 일하는 할머니할아버지도 많다. 연금도 오고 집에서 할게 없어서 심심해서 나와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집세를 벌기 위해 70이 넘어도 계약직으로 회사에 나와 일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인다. 단 하나 다른점이라면 이 곳은 사람들의 마인드가 좀 낙천적이어서, 헬조선대신 헬뉴질랜드라는 유행어가 없다는 정도? 코로나 사태 이후에 살짝 한국이 더 나아보이는건 내가 한국이 그리워서 그런건가보다.




2017년, 당시 남자친구였던 뉴질랜드에 사는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되면서 판 는 사람도 없는 오클랜드로 이민을 가는 조건으로, 원룸이라도 좋으니 내 집 마련을 걸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까지 버리고 언어가 다른 국가로 남편 하나만 보고 가기에는 자본주의의 쓴맛을 슬슬 알아가고 있었던 20대 후반의 나이에 너무 비현실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혼을 결정하고, 고사리손으로 어렸을 때부터 약 15년간 모은 돈으로 뉴질랜드에서 (비유지만 사실인)누구 코에 겨우 붙일만한 방 1개짜리 집을 알아보면서 한국과는 다른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에 눈을 뜨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질랜드의 부동산은 한국보다 고려할 것이 아주 많다. 이 곳에서 집을 보고 있자면, 한국에서 아파트를 사게 될 때 물 수압정도만 확인하던 시절이 좋다고 느껴진다 (물론 수도권 집값을 보면 기운이 바로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첫째로, 뉴질랜드의 대부분의 집들은 매우 춥다. 2000년도 초반까지 지어진 집만 해도, 주택 규제가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열이 한국 아파트에 비해 형편없었다. 심지어 겨울에 바깥보다 날씨가 더 추울 때도 있었다. 아마 한국의 경우에는 추운 겨울, 보일러를 틀어서 방 전체가 따뜻해지게해서 집이 더욱 따뜻했던것 같다. 하지만 이 곳은 벽난로가 없을 경우에는 거의 집에서 온종일 히터를 따로 틀어야 했는데, 아주 추운 겨울에는 히터를 틀지 않고 자면 추워서 깨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파트의 경우, 혹은 최근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가 거의 없으나, 아파트는 body corporate (바디콥)이라고 하는 관리비와 혹시 모를 '재건축' 위험 때문에, 그리고 최근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 서울의 신축 아파트만큼이나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점 때문에, 운 좋게 따뜻한 집에서 항상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뉴질랜드의 가장 큰 언론사 중 하나인 Stuff의 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체 부동산의 1/3이 겨울에 매우 춥다고 나온다. 이 결과는 일종의 뉴질랜드 통계청이라고 할 수있는 Stat NZ에서 나온 것으로, 뉴질랜드 전체 부동산 중 1/3이 겨울에 실내 온도가 섭씨 18도보다 낮다고 한다. 섭씨 18도에 대한 기준은 WHO (the World Health Organisation) 권고사항으로, WHO는 최소 요건을 섭씨 18도로, 이상적인 실내 온도로는 21도를 잡고 있다.  


둘째로 오래된 집을 살 경우, 혹시 나중에라도 내 부동산이 전월세를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이곳은 1주당 렌트비를 받지만, 편의상 전월세라고 칭한다) 투자가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 뉴질랜드는 OECD에서 세입자의 권리가 최하위 5위권에 속하는 나라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세입자가 집이 춥다고 하더라도 과거에는 집주인에게 이런 점을 어필하기가 힘들었다. 추운 집이라 하더라도, 뉴질랜드는 전체적으로 집 공급이 부족한 국가이기 때문에 추워도 (심지어는 비올때마다 물이 천장에서 새도) 살겠다는 사람도 많았고, 그리고 세입자의 권리를 위한 규제와 전월세를 할 수 있는 집에 대한 기준이 아주 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점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2019년에는 전월세를 내 놓을 경우에 세입자를 위해 바닥과 천장의 단열을 의무화 했으며, 2021년 7월부터는 세입자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서 더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다. 바꿔말해, 오래된 집에는 단열이 규제에 맞지않게 되어있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으며, 때문에 집을 사기 전 오래된 집이 (기본 수리를 포함하여) 얼마나 단열재를 매꿔야 하는지, 새로운 규제에 따라 추가로 설치할 것들이 비용이 얼마나 들지 생각하는게 좋다. 


Stuff 기사 중 일부 발췌 (https://www.stuff.co.nz/)


마지막으로, 1980년도 후반에서 2000년도 초반까지 지어진 건물과 집들 중 어떤 곳들은 leaky building (비가 새는 집)에 속한다. 당시 꽤 많은 집과 아파트들이 plaster-style monolithic cladding systems (단일 플라스터 스타일)로 만들어졌는데, 쉽게 말해 이 스타일의 집과 건물들은 건축자재가 안에서 썩는다. 이런 현상에 영향을 받은 집과 건물들에서는 종종 천장에서 비가 새거나, 집 내부에서 습도가 높게 나타난다. 이런 현상이 발견 될 경우, 집과 아파트들은 끊임없이 보수하거나 혹은 다시 건물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비용이 아주 비싸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단일 플라스터 스타일을 사용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집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플라스터' 건축자재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건물 혹은 집인 경우 은행이 대출을 해주길 꺼린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의 부동산 대출은 한국과는 다르게, 어떤 부동산이냐에 따라 대출 금액이 다르다. 때문에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집을 구매하기 전에 필요하다면 구매희망자 개개인이 알아서 토지 및 주택조사를 하고 (집주인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살짝 충격이긴 했다), 은행에 그 내역을 제출해서 대출 승인을 받는다. 플라스터 이외에도, 아파트냐 타운하우스냐 혹은 집이냐에 따라, 주거용인지 투자용인지에 따라 대출승인 금액이 달라진다.


연봉이 대출금액을 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이었던 한국의 대출 시스템과는 달라서, 처음에는 은행에 먼저 대출이 얼마만큼 가능한지 알아보지 않고 집부터 하나하나 보는 남편을 처음에는 이해 하지 못했다. 같은 지역이고, 방 개수도 똑같고, 너무 좋아보이는 집인데 가격이 거의 2배나 싼 집들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이제 뉴질랜드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보니, 주거의 형태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주거 시설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쳤었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뉴질랜드에서 첫 집을 사고, 가꾸고, 팔았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재는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원래 살았던 곳을 팔고 무주택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내 집이 생기길, 그리고 그 사이 집값이 요즘 주식처럼 따라가지 못할만큼 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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