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각이 내 몸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내가 걱정하며 그런 증상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로 그런 감각들을 느꼈고,
나중에 그게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감쪽같이 그런 증상들이 없어졌으니까.
건강염려증이 조금 있는 나는,
구글에 증상을 입력해서 병명을 찾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이런저런 증상을 쳐 넣으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병의 증상으로 둔갑하기 쉬우니까.
허리가 약하고 뻐근함.
에서 하룻밤새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환자.
라는 이름을 붙이자마자, 앉고 일어날 때, 누웠다 일어날 때,
정말로 환자처럼 조심조심 몸을 움직이는 나를 마주한다.
사실 저번 주 내 허리에서
약을 먹고 있는 이번 주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나빠지지 않았을 건데,
'허리디스크'라는 단어에 '나'가 붙으니
그 후로는 내 온 신경이 거기서 맴돈다.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본 '방사통'이란 단어를 알게 되고 나서는,
내 몸 어느 곳에 약간 따끔거리고 저릿한 느낌이 들면 모든 게 다 방사통처럼 느껴진다.
아는 게 힘인 만큼, 아는 만큼 나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허리에 찜질을 해주고,
최대한 멘솔파스를 소량 발라 근육을 풀어준다.
오늘은 러닝머신 위에서 조금 오래 걷다
뛰기 시작하려는데, 꼬리뼈 쪽에 바로 통증이 느껴져서
(이건 평소보다 더 심하게 느껴졌는데, 나도 얼마 정도인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무서워서, 그냥 오늘은 3킬로 걷기만 하고 기계에서 내려왔다.
어쨌든 통증이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인데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갑자기,
자기 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갔다고 알려주니
멀쩡한 사람(죄수였던 것 같다)이 죽어버린 실험이 생각이 난다.
이렇게 내 몸은
내 정신 속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몇 년 전 보았던 사주에서
허리가 약한 사주라고,
평생 운동해야 하고, 수영이 좋다고 했던 게 불현듯 떠오른다.
내 평생에 허리가 약하다고 정해져 있다는 건가.
아님 그 사주 보시는 분이, 그저 내가 들어오는
걸음걸이나, 신체 조건을 보고 그렇게 얘기한 걸까.
사주는 신기하다.
이름을 붙이는 것의 힘도 신기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타인도 이름 붙이면 그런데,
내 몸에 증상이란 이름을 붙이니
그 단어가 주는 힘이 당연히 크게 느껴진다.
허리디스크가 있는 나는
오늘도 '요추 전만'을 최대한 유지하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