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시 즈음까지
졸리는 눈을 부릅뜨고 유튜브에서 정처 없이 떠돌았다.
오늘 재택이기에, 일찍 자기 아쉬웠다.
업무 시작 시간인 10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알람을 듣고, 알람을 끄고, 자리를 고쳐 눕고
다시 잠이 들었다.
조용-한 실내에
한가득 들어오는 햇살에 폰을 보니
12:58분.
점심시간 끝나기 2분 전인 시간이다.
생리 초기라 몸이 쳐지긴 했는데,
오래 잤네? 생각하며 우선 재빠르게
회사 단톡과 회사 메일을 확인한다.
다행히 따로 나에게 급하게 연락 온 것은 없었다.
운이 좋았군.이라고 생각하며
슬렁슬렁 움직인다.
재택 만세.
화장실을 다녀오니
팀장님과 썸남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팀장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톡을 남겨두었는데
썸남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그는 나에게 살아있었냐고 웃으며 물어본다.
웃음이 계속해서 멈추지 않는 걸로 보아
놀란 듯했다.
잠이 많다고 했지만,
이렇게 많을 거라곤 생각 못했나 보다.
예전 같았으면 나를 자책했을 텐데
자연스럽게 내가 14년 넘게
나를 일으켜 무리 없이 회사생활을 해왔다는 생각에
대견함이 인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산다.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다른 사람이 나처럼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니까.
10시간 정도 푹 자서 그런지 (물론 마지막엔 꿈을 많이 꾼 것으로 보아 깊은 잠은 아니었지만)
개운하다.
집에서 그냥 있을까. 하다
에이 나가자. 하고 겨우내 잘 입었던 패딩과 봄부터 주구장창 입을 셔츠를 챙겨
세탁소로 향한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패딩에 분홍색 태그가 달리고,
결제를 하고 빈 손으로 나오는 내 몸과 마음이 가볍다.
진정한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내 옷을 소중하게 잘 관리하는 내 모습에 괜히 내가 치인다.
생각하며 정말 웃겨-라는 표정을 지으며 싱긋 웃음 짓는다.
선크림을 바르고 나오지 않았는데
그 웃음이 화안한 햇살에 비쳐 전광판처럼 빛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책을 기부하면 테이크아웃 커피를 증정한다는 이벤트가 있어
집에서 가장 깨끗한 책을 하나 들고 향한다.
아주 착하고 성실하게 자알 생긴 아르바이트생이 웃음으로 나를 반긴다.
책을 기부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아오는 내 뒤로
90도로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약간은 밍구스러워진다.
올해 갑자기 내 주위에 이성의 세계가 갑자기 shift 된 느낌이다.
내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내 또래 남성들이 안 보였었는데,
(아닌가 못 봤던 건가)
지금도 그렇고 주위에 괜찮은 남성들이 넘쳐난다.
뭐 무엇이 일어나고 이런 것은 아니지만
다만, 주위에 존재하는 것을 내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다르다고 느낀다.
내가 바뀐 걸까.
주위가 바뀐 걸까.
쨋든 10시간 넘게 푹 잔, 영등포의 지순이는
오늘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최대한 미루며
좋은 노래가 나오는 공간에서 이렇게 끄적거리는 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불교대학도 신청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사이 고민하다
강제적으로라도 움직이기 위해
오프라인 수업으로 신청했다.
사실 귀찮은 마음에 어쩌지 고민하다
엄마에게 결정을 미뤘다.
역시나 별거 아닌 듯 결론이 나고,
별 것 아닌 듯 결제도 해버렸다.
사실 내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이 들어온 지가 꽤 오래되었는데
나에게는 좀 덜 인색해지자.라고 마음도 먹어본다.
주 4일제는 언제쯤 될까.
주 3일제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괜히 신나서 이런저런 신나는 생각들을 해본다.
집에 가선 청소도 하고, 건강한 한 끼를 또 해 먹고
나를 이쁘게 가꾸고 잠에 들어야지.
내일은 12시 58분에 일어나면 안 되니,
오늘 밤은 좀 더 일찍 자고, 훨씬 더 빨리 일어나자.
잠자는 영등포의 지순이,
이번 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