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것들에 미안해한다.
내가 상대에게 불편함을 초래할까 봐, 나 때문에 피해가 됐을까 봐, 등등.
나는 MBTI가 INFP인데, INFP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한다.
난 종종 내가 나를 여러 생각들을 되새김질하며 힘들게 할 때 나 자신에게도 미안함을 느낀다.
미안한 감정은 왜 느끼게 되는 걸까.
미안함은 남에게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거나, 잘못으로 인해 상대에게 끼친 일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아닐 미에, 편안할 안. 편안하지 못하다는 것.
미안함을 느끼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상처, 불편함)을 주었다고 인식할 때라는데, 미안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건 자의식 과잉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내 행동이 꽤나 큰 영향을 상대방에게 줬을 거라는 착각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그게 아니라면, 반대로 내가 타인에게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에 거부감을 크게 가지는 걸 수도.
어젯밤 또 갑자기, 분노의 대상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혼자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가,
그 사람에게 욕 한 바가지를 시원하게 내뱉는 나를 상상하면서 고소해했다가, 현타가 왔다가,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났다.
역시나 밤늦게까지 깨어있으면 그닥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은 하지 못하는 군. 하면서
느릿느릿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다가,
사과 반 개를 잘라 땅콩버터에 찍어 먹고, 삶은 계란도 한 개 먹고,
어제 남겨두었던 프렌치토스트도 따뜻한 코코넛 우유와 함께 꼬옥꼬옥 씹어 넘긴다.
12월에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지 않다.
오히려 잘 되었다.
그저 푹 쉬어줘야지.
마침 또 한파가 불어닥쳐 약속을 취소하기에도 따악 알맞게 되었다.
온전히 나를 위해서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고, 나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미안함은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 나는 오늘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더 포근하고 편안한
내 공간에서 따뜻하게 나를 대접해 주어야지.
미안하단 말 대신 고맙다고.
미안하단 말 보단 사랑한다고.
나에게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