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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지나 Oct 31. 2015

일상과 여행의 어떤 경계

Homesick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여행을 위한 시간과 자금적 여유를 마련하는데 생활의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 여행의 유일한 이유라 말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조금 더 많은 곳을 다녀와 생각해보니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일상과 여행의 자리가 뒤바뀌어 있었다. 여행을 떠나 있는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그렇게 정의 내려도 될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모호한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다시 그어본다.



(c)Gina Maeng

+(왼쪽)이제는 닫힌 예술의 다리의 자물쇠를 살피는 꼬마 연인들 / (가운데)빨간 베레가 잘 어울리시던 뤽상부르공원의 할머니 / (오른쪽) 콩코드. 파리는 해뜰때, 해질때, 그리고 밤에 제일 예뻐요.


나의 일상은 여행이고, 나머지 시간들은 이를 위한 준비 기간이다.

일상과 여행이 같고, 나머지 시간들은 아무리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심신을 다잡는 시간이다.

한 번도 F1을 본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의 나는 아마 경기 도중 정비를 하는 레이싱카처럼 부릉부릉대며, 얼른 튀어나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는 그런 초조한 모습일 것이다.


나는 여행지에서 편안하다.

집이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한국에서 더 벌이가 좋고,

우편도, 행정도, 교통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더 불편하지만,

‘비행기 값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하루를 여유롭게 쓸 수 있는 타지에서 몸도 마음도 더 편하다.

커피도 들이키는 것이 아니라 한 모금씩 마시고, 밥도 천천히 먹고, 내키면 낮잠도 잔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원하면 매일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여행을 한다.


(c)Gina Maeng

+요리 솜씨는 없고, 여행 나오면 입맛은 잘 돌아 간단히 챙겨 먹어요.


비행기에서 장기 충전한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던 여행의 순간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놀라고 당황스러운 찰나들은,

조바심을 내며 한국에서 보내는 24시간에 비하면 충분히 견딜만하다.


그런데 오늘은 집이 무척 그립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지를 그리워하는, 집에서 자주 느끼는 그런 감정으로 집을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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