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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영 Nov 29. 2020

글쓰기를 하면 운이 좋아진다?

쓸모의 워크

글쓰기.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나에게 유일한 무기라고 하면 글쓰기였다. 어쩌다 우연히 시작하게된, 글쓰기였는데, 글을 꾸준히 쓰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꿈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첫 직장이었던 SK에서 일할 때였다. 신문으로 우연히 접한 SK그룹의 북경문화도시(Beijing Culture City),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나에게는 꿈의 프로젝트였다. '아 이 프로젝트는 내가 해야하는데...' 하지만 대기업이라는 곳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리고 2년 후, 나는 BCC 사업단에서 유일한 여자 주재원으로 북경에 일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지금 생각해봐도 우연이 여러번 겹쳐서 나는 그 곳에 갈 수 있었다. 우연과 우연 사이에는 이전에 경험했던 프로젝트를 쉽게 스토리텔링으로 쓴 후, 예상치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대규모의 프로젝트인 BCC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그렇게 SK에서 원하던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스스로 적응하다보니, 가치관 같은 것이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에는 정답 사회에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드넓은 중국땅을 밟고, 다른 국적을 가진 이들과 어깨를 맞대고 소통하다 보니 어느새 '호연지기'라는 것이 아주 조금 생긴듯 했다. 나무를 보던 직장인이, 숲을 보려고 애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사고의 틀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북경에서 2년을 보낸 후, 삼성그룹으로 이직했다. 삼성이 주는 더 많은 기회 뿐만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삼성이 정해놓은 시스템은 소우주 같았다. 이 시스템에 적응하기만 하면, 많은 혜택이 주어졌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인원을 관리해아하는 조직이기에 개인의 자율성은 억압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역량있는 동료들을 보며 놀라기도 했지만,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현실은 가끔 상실감을 안겨줬다. 열정 보다는 인내심으로 회사생활을 버텨내고 있던 중, 후배가 추천한 '미디어삼성 기자단'에 무심코 원서를 넣었다. 그리고 박과장 보다, 박기자로 불리며 신나게 글을 쓰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업무를 할 때에는 나만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50%도 반영하지 못했는데, 내 이름을 달고 나가는 기사는 오롯이 내 생각을 100% 담을 수 있었다. 5분 지각이 일상이었던 내가 6시에 출근해서 기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나에게 역설적인 감정을 안겨다준다. 너무 힘들면서도 짜릿하다. 글을 쓰는 동안 가끔은 너무 힘든 순간도 있는데, 쓰고 난 글을 읽고 스스로 감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이 사실이 나에게는 가장 놀라운 점이었다. 글쓰기는 혼자 외롭게 하는 것인데, 글쓰기를 하고 나면 새로운 사람과 연결이 된다. 경력직으로 입사했기에 삼성 그룹 내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나의 글을 보고 연락을 종종 해오는 분들이 있었다. 특히 인턴사원이 큰 도움을 받았다며 땡큐레터를 보냈다. 그 한장의 땡큐레터 때문에 책을 쓰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글을 쓸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던 나의 첫번째 책을 탈고하기 위해, 6달이 걸렸다. 하지만 책을 썼기 때문에 나는 삼성을 퇴사하고 난 후, 콘텐츠에 투자하는 중국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콘텐츠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었는데, 책을 쓰면서 인터뷰했던 PD님이 내가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며 추천해주셨다. 그리고 책을 썼다는 경력 덕분에, 콘텐츠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은 갖춘 것처럼 보였다. 


'글쓰기를 하면 운이 좋아진다?' 라는 질문에 이제는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이 문장은 오늘 간만에 집청소를 하다가 찾은 쪽지에서 발견했다. 약 4년 전에 써둔 것이었지만,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당시에 어떤 감정으로 쓴 것인지를 알고 있는 뇌 한켠의 기억세포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분명 할 말이 있었기에 적어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의 글쓰기 주제를 이 문장으로 했다. 


이 글을 적기 시작할 때는 '글쓰기를 하면 운이 좋아진다?' 라는 질문에 "Yes"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글을 써내려나가는 동안에 확신에 가득찼다. 글쓰기를 하면 운이 좋아진다. 그 이유는 글쓰기는 과정과, 글이 발행되어 세상에 나온 이후에 기존에는 연결되지 않았던 사람들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회가 많아질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운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 아닐까?


이쯤에서 글쓰기에 대한 사전적 정의가 궁금해진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글쓰기란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글로 써서 표현하는 일'이라고 한다.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글쓰기의 장점을 알 것 같다. 나의 머릿속과 마음 안의 것들을 끄집어내어 표현하기 위해서는, 뇌와 가슴을 자극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잊혀졌던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을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뇌를 자극하게 된다. 그리고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글쓰기는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타인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할 줄 아는 용기와, 담백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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