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상하다 분명 2kg이 빠졌었는데.” 1kg도 빠지지 않은 그녀가 2kg이 빠졌다고 우겼다.
‘두부, 다이어트를 포기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야겠다고 약을 올리는 나에게 어제 회식에서 감자튀김과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렇다며 분명 몸이 가벼워졌다고 우겨댄다.
“내가 운동을 안 해서 그래.”라는 핑계인 줄 알면서 핑계를 대는 두부.
“전에 운동 다녔을 때도 살은 안 빠졌잖아?” 난 팩트를 두부에게 날려주었다.
“언니 음식은 맛있거든 그런데 다이어트만 시작하면 다른 음식만 생각나.”라며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 나도 이해한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고마운지 모르다 집 나가면 엄마 밥 생각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우리는 청개구리다.
“어제 바빠서 라면 끓이려고 수납장을 열었는데 라면이 하나도 없던데?”하고 슈퍼 블루문이라더니 아까보다 작아진 달을 보며 걷다, 두부에게 말을 걸었다. “두부야 언니가 전에 얘기했듯, 굳이 살을 빼야 할 이유는 없어, 힘들면 지금의 네 몸을 사랑하고 살면 돼. 그리고 지금의 네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럼 돼.”
“살은 빼고 싶어.”라고 말하는 욕심쟁이 두부를 째려보았다. 먹고 싶은 음식은 다 먹고 방바닥이 좋아 운동은 못 하겠지만 살은 빼고 싶다는 그녀를 오랫동안 노려보았다.
“먹방에 나오는 그 누구야? 잘 나간다는 쯔양이나 히밥도 운동 열심히 하고 하루에 한 끼 먹으며 간헐적 단식을 병행한다는데. 어떻게 다 먹고 살이 안 찌길 바래?”
두부는 고집이 세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다이어트에 관해선 먹고 싶은 음식과 방바닥 그리고 게으름이 하고 싶은 일이 되고야 만다. 주와 부가 항상 바뀌는 상황이 돼버린다.
“안 먹어야 살이 빠지는데.”라며 다시 굶는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두부다.
“그건 고문이지, 지금 네 몸이 왜 자꾸 음식을 찾을까? 네 몸이 네가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먹자마자, ‘어라! 이것이 또 나에게 밥을 안 준다고!’ 하면서 반항하고 있는 거야. 네가 굶으며 괴로워하는 동안 네 머리와 몸이 얼마나 힘들었겠어?”
“언니 나도 알아. 그동안의 다이어트와 요요로 내 몸이 이만큼 커진 거.”라며 그녀가 헤헤 웃으며 배를 살살 만진다.
여전히 내 입맛이 아니야 라며 나 몰래 라면을 먹고, 어떻게든 배달 음식을 먹기 위해 머리를 쓰며, 매주 수요일 “회식 가기 싫어.”를 외치던 그녀는 한 번도 회식을 거른 적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이어트’라는 말은 꺼내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매일 두부가 요구하는 음식들로 상을 차리려 노력하고 하루하루를 다양한 요리를 하려 신경을 썼다.
사실 내가 본 두부는 아침·저녁으로 가는 강아지 산책을 미루지 않았고, 굶어가며 살을 빼려 하지 않고 아침도 챙겨 먹으며,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는 한 달 동안,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로 돌아다니는 두부를 보지 못했다. 여기저기 옷으로 가려도 보이던 군살이 보이질 않고, 상비약처럼 모셔놓는 소화제를 사 온 지 꽤 됐다. 여드름이 난다는 소리도 화장실 가기가 힘들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두부도 자신의 몸이 변하는 걸 느끼는지 “몸이 아주 가벼워졌어.”라는 말을 한 달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 본인이 얼마만큼 잘하고 있는지 두부는 모르고 있다.
그 덕에 나는 정확히 불어난 10kg 중 3kg이 빠졌고, 소화력이 좋아졌는지 소화제를 먹지 않고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아침마다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고 생리작용도 또 한 좋아졌다.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살들이 사라지고 어깻죽지와 등뼈의 감촉이 또렷이 느껴지는 날이 돌아왔다. 나이 먹어 살이 쪄서 그런지 배 쪽 부위에 살들은 아직도 육중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걸을 때 팔에 스치던 옆구리의 살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상태라면 지금처럼 가끔 부담스럽지 않은 외식도 즐기고 맥주 몇 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
한 달 동안, 나는 두부에게 완벽한 식단관리를 부추기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지인들과 음식을 즐기는 날도 있었고, 두부나 내가 힘든 일이 있을 땐 치맥도 이따금 즐겼다. 술을 연상시키는 저녁을 만드는 날엔 몇 시간씩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소리 내 떠들어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영화를 보고 두부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도 살 겸, 도시로 나가 도시의 음식을 먹으러도 다녔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 한구석에 부착된 ‘있을 때 먹어야 한다.’라는 스위치가 켜지면 그녀의 먹성을 주체할 수 없다.
그래, 35년 넘게 익숙해진 식습관을 바꾸려 밀어붙인다고 쉽게 바뀌진 않아. 그렇게 천천히 익숙해져 보는 거야 두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