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가 그래서…. 창피해서 이야기를 못 하는 거야!, 아니 그럴 수가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으면, 내 얼굴에 침이 튈 듯 목소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격양돼 있다.
"으응, 그러면 안 되지". 가만히 바라보며 영혼 없이 대답하는 나에게 “듣고 있는 거야?” 두부가 소리친다.
“두부야, 얼굴 살이 세단으로 나눠 보여. 광대, 볼, 턱. 어떡하지.” 두부의 기본만큼 얼굴 살도 격양돼 있다.
놀란 눈을 하고 “그래도 3kg 빠졌어. 더는 내려가고 있지 않지만, 유지는 되고 있다고.” 하더니 입을 쭉 내밀고 나를 째려본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서 많이 못 먹고 들어왔어? 다행이네.”
그러면 뭐 하나, 두부가 쿰쿰하게 잘 숙성된 브리치즈가 올라 간 노릇노릇 잘 구워진 식빵을 두 개째 집어 든다. 나의 저녁을 빼앗아 먹고 있다.
벌써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겠다던 두부의 2달, 난 그녀에게 잡도리를 당하고 있다.
밀가루라 음식이라면 자다가도, 화를 내다가도 화색이 도는 두부에게 죽순과 새우 그리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 놓았던 고기 육수를 넣고 국수를 끓여줬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 입에 가져가더니 “음~ 맛있다. 전에 끓인 고기 육수야?” 그리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말아 입으로 가져간다.
그녀에게 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내 그릇에만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이마의 주름이 파이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눈동자를 위로 쳐들어 보일락 말락 한 두부의 입을 보고 있다.
오물오물 씹어대며 맛있게 먹는 소리에 안도하며 한 젓가락 하려 고개를 드는데 눈앞에 허연 게 올라간다.
동생이 우무면 한 가닥을 집어 들어 올리고 있다. 내 머리는 왜 그 우무와 같이 올려지는 기분일까?
“언니 우무도 넣었어?”
“너 탄수화물 줄이고 싶다며, 한번 데쳐 잡내도 잡아서 괜찮을 텐데.”하고 나도 후루룩 한 젓가락 먹었다. 맛만 좋구만.
그녀의 얼굴이란, 내가 좋아하는 국수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표정으로 국수 그릇을 휘휘 젓고 있다.
“두부야, 오늘도 종수가 ‘누님 이젠 굴러다니실 거예요?’라고 물어봤다며.”
“그래도. 국수는 국수만 먹어야지.” 그녀의 국수 그릇을 빼앗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 번은,
기름 없이 소고기를 구웠다. 마늘과 양파를 두껍게 썰어 고기를 구웠던 팬에 넣어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소금·후추를 뿌려 센 불에서 볶다가 중간 불로 내려 익혔다. 그리고 다시 자른 소고기를 팬에 넣어 센 불에서 재빠르게 돌렸다.
차 소리가 들린다. 두부가 돌아왔나 보다, “언니, 나왔어. 맛있는 냄새가 나네.”라며 쪼르르 달려와 보더니 “난 오늘 저녁은 건너뛸라고.”하고 텃밭 컬렉션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네가 드디어 다이어트를 결심했구나.’ 하며 살짝 드러난 대견한 두부의 뱃살을 바라봤다.
“그래도 몇 숟가락 뜨지….”
동생이 아니라며 손을 흔들더니, 밖으로 나가 잔디를 깎고 있다. 굶는 동생 앞에서 밥을 먹던 난, 미안했다.
땀을 흘렸을 두부를 위해 시원한 음료도 준비하고, 보일러 전원도 켜놓았다.
샤워하고 나 온 두부가 “잔디가 너무 깔끔해졌어. 언니도 나가서 봐봐.”라며 식탁이 아닌 주방으로 간다. ‘칙 쩌어어어어억’이건 스팸 따는 소리. 두부가 조용히 팬을 올리고 작은 칼로 스팸을 자르기 시작했다. “이제 배가 고프네.”라는 그녀를 째려봤다. 그런 그녀는 나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모두 두부의 작전이었다.
이 정도는 약과라 더 생각하면, 없던 혈압도 생길 판이다.
맘 같아선 “야! 다 때려쳐!”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싶다. 마트로 달려가 동생이 좋아하는 HMR이나 밀키트를 대충 끓이고, 섞어, 냄비째로 식탁에 올려 놓아주고 “먹어”. 인터넷으로 주문한 반찬과 햇반을 던져주는, 그런 상상만 해본다.
걸게 먹고, 다음날 몸이 무거워 후회된다며, 역시 언니가 만든 음식이 속도 편하고, 몸도 가볍다며 “오늘은 뭐 해줄 거야?”라고 물어볼 거다.
그래도 더 찌지 않고 3kg을 빼고 유지하고 있다니, 밖에서 몰래 사 먹어도 되는 햄버거도, 참치마요도, 라면도 참고 버티나 보다. 두부가 고민 끝에 1년을 계획하고 시작한 다이어트, 내가 도와주겠다 약속했으니 지켜야겠지.
오늘은 삼겹살을 구워볼까.
돼지고기를 철판에 구워 기름을 쪽 빼줬다. 한입 크기로 잘라 두었다.
곤약과 두부면을 뜨거운 물에 데쳐 식힌다.
노각 껍질을 벗기고 반을 가른 후 씨를 빼낸다. 얇고 넓적하게 썰어 작은 볼에 담아 소금에 절인다.
잘 절인 노각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물기를 짜준다.
식초 1T, 고춧가루 1 /2T, 설탕 1/2 T, 간장 1T, 곱게 빻은 마늘, 생강즙, 갈아놓은 깨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볼에 곤약, 두부면, 소금에 절여 짜놓은 노각, 자른 부추, 채 친 당근 그리고 양념장을 넣어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