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정말 힘들지만, 힘내!

내가 시킨 두부의 다이어트.

by 서진

분명 숙주와 호박볶음을 넣은 볶음밥을 먹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닌 밥때라 먹었다.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와 냉동실에 모셔둔 오메기떡을 녹여 맛나게 먹었다.

배가 엄청나게 불러온다.

더는 위에 음식을 욱여넣을 자리가 없다.


그런데

‘입이 심심하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밥을 고봉으로 떠줘도 맴이 허전하면 배부른지 몰라. 허전해서 그랴.”

난 지금 허전한가?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겨 본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서진아, 너 지금 허전하니?”

“글쎄?”


심란한 마음으로 고양이 밥을 주러 나갔다.

사료를 들고 다가가는 나에게 하악질을 해대는 저 배은망덕한 고양이 놈.

밥그릇 앞이 아니면 다가오지 않는 고양이에게 “네가 고맙다고 야옹야옹 부벼대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하악질은 너무하지 않니? 야옹야옹해 봐.”하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녀석 사료 봉지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뭘 바라고 있는 건지.

집에 차 한 대가 들어온다. 바퀴 돌아가는 소리, 우리 집 마당 가운데로 들어오고 있다.

‘어떤 놈이.’라며 벌떡 일어섰는데, 어라, 우리 집 태양광 패널과 전기를 고쳐주신 사장님이다.

시골의 정서라 함은 연통 없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일이 흔하지만.

어쩐 일로?”라고 말하는 동시에 내 몰골이.... 오마나! 세수도 안 하고 겨우 이빨만 닦고 뒹굴뒹굴 구르다, 고양이 기척에 나와 있던 나.

“지나던 길에. 추석 잘 보내고 계시나 와봤어요.” 그러더니 빤히 바라본다. 차 한 잔 내줘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들어와서 차 한잔하고 가세요.”라고는 했지만 ‘제발 그냥 간다고 말해다오.’라는 레이저를 발사했지만.

“그래도 되겠소.” 하더니 친구에게 차 한잔하고 가자며 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앞문으로 들어오세요.”라고 주방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이놈에 주둥이.’라며 한 손으론 내 입을 투두둑 쳐대고, 다른 손으론 식탁에 걸쳐있던 옷을 치웠다.

난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세요. 집이 정리가 안 돼서”

“들어가도 되겠소?” 하며 친구분에게 손짓한다.

“따뜻한 차 들릴까요? 아니면 시원한 음료?” 이왕 들어오라고 했으니 대접은 해야지.

“따뜻한 거 주소. 빵 있는가? 명절인데 어찌 본가에 안 가고?” 두 분이 날 빤히 쳐다본다.

“명절에 무슨 빵을 찾아?”라며 친구분이 사장님을 툭 친다.

“이 집 빵 맛있어. 나 빵 좋아항께.”

“죄송해서 어쩌죠. 빵은 없는데 과일이라도.”라는 말에 두 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손사래를 친다.

“이번 명절 지난 다음 주말부터 지인들이 여기로 내려오신다 해서 안 갔어요.”
“아들은?”

“왔다 갔어요. 우리 아이 집도 제사가 11번 있는 집이라 손님 대접하느라 바빠서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놀러도 안 간다요? 연휴도 긴데.”

왜 나 취조당하는 기분이지? “젊었을 때 밖에서 너무 고생해서 그런가. 집이 좋네요.”

“그래도 팔다리 잘 움직일 때 돌아다녀야지. 더 나이 먹으면 힘들어. 남자친구 하나 있어야 같이 놀러 다닐 것인디”

명절이면 나이가 50인 나에게도 ‘그 나이면 한 번 더 가도 돼.’라며 소개도 해주지 않으면서, 반쪽을 찾으라 한다.


‘헉! 나 외로워서 자꾸 입이 근질근질 먹을 걸 찾는 거야!’


“놀러는 많이 다녀서 가고 싶은데도 없어요.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여기서 5년 살면서, 텃밭 가꾸고 요리 가르치고, 좋은데요.”

“그동안 원 없이 살았는가 보네.”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수다를 떨었다.

다음엔 여그 마당에서 상추에 삼겹살 싸 먹자고, 떼를 쓰듯 약속을 정하라는 사장님을 친구분이 끌고 가셨다.

투덕거리며 가는 중학교부터 친구라는 두 분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이스러워 보인다.

그러네. 난 허전하지 않네.

처음엔 반갑지 않았던 손님들이 고마웠다.

“길동아, 내가 허전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가신 두 분께, 감사한 마음을 담은 빵을 구워드려야겠지.”라는 말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우리 강아지가 머리며, 몸뚱이, 엉덩이를 돌려가며 나에게 비벼댄다.

저녁 시간,

냉장고에 있던 산적과 명태 전, 동그랑땡을 꺼내 데워 먹었다. 그리고 약과로 입가심하며 차 한잔했다.

고기와 단맛이 근질근질하던 입질을 잡아줬다.

아무래도 동생 두부의 다이어트를 도와주며 시작한 식단 조절로 인한 입질이었던 것 같다.

이래서 우리 두부가 힘들어하는구나.

내일은 마지막 쉬는 날, 힘내라고 된장찌개 끓여, 상추에 삼겹살 싸 먹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