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다이어트 얘기 꺼내지도 마! 또 속을 줄 알아
다시 시작한 다이어트
두부가 신년 계획으로 다시 ‘다이어트’ 이야기를 꺼냈다.
그놈에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저 멀리 두부와 같이 묶어 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듣고 싶지 않았는데.
몇 달 전, 그러니까 벌써 작년.
장장 5년을 ‘다이어트’하고 싶다는 두부 말에 옆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하기 싫은 운동도 같이 다니고, 욕먹어가면서도 매일 식단을 바꿔 밥도 해주었으며, 급기야 ‘두부의 다이어트’ 이야기도 브런치에 올려봤다.
‘내가 시킨 두부의 다이어트’ 내가 시킨다는 말이 앞서서인지 두부의 다이어트는 무산되었고, 10월 2일을 마지막으로 글을 ‘다이어트’ 이야기는 쓰지 않았다.
12월 31일
“너 마지막 날인데, 맥주 한잔할래?”라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벌러덩 누워있던 두부가 “나 이제 술 먹지 않겠어. 살 뺄 거야!”라며 핸드폰을 들고 뒹굴뒹굴하는 그녀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다이어트’라는 말에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저녁밥 먹은 지 얼마 됐다고 슬슬 거실 바닥으로 내려가더니 길동이를 안고 “나도 너랑 누워있고 싶은데, 누우면 언니한테 혼나.”라며 둘이서 날 바라보았다.
고개를 확 돌려 째려보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보고 있던 영화를 시청하면서 “네 몸은 이제 네가 관리해야지. 난 이제 아무 말 않으련다.”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누워있던 녀석이 ‘다이어트’를 운운하다니.
그래도 어쩔 거야 동생인데, 오늘 저녁밥으로 집에 만들어놨던 나물을 볶아 채소 잡채를 만들어 잡채볶음밥을 만들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서 목살을 집어 들더니 “언니 구워 먹으면 안 돼?”하며 흔들고 있다.
“네가 구워. 언니는 잡채 볶음밥 먹을 거야.”
“잡채? 어디? 어디?”
잡채를 집어 입에 넣어주었다.
“맛있어. 그럼 목살은 내가 구울게.”
바지락이 들어간 배추 시래깃국과 잡채 볶음밥, 오징어채 조림, 굴이 들어간 겉절이, 오이무침으로 상을 차렸다. 거기에 두부가 구운 목살과 마늘, 고추, 쌈장, 쌈채가 더해져 가벼웠던 식탁은 풍성해졌다.
상추 위에 목살을 올리고 다시 마늘과 고추를 쌈장에 찍어 올려 쌈을 싸서 먹던 두부가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에서 2Km 마라톤 한다는데.”라며 열심히 쌈을 싸 먹고 있다.
“너도 뛰게?”
“응 나도 뛰어야 해.”
“너 작은 숫자라고 짧은 거리가 아니야. 2Km면 너 뛰다 죽어.”
커다란 식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있건만,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저 녀석의 표정은 뭐지?
“쪽팔릴 순 없잖아. 연습해야겠어!”라는 두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식탁을 치우더니 “언니 과일을 좀 깎을까?”라며 사과를 들고 온다.
“방금 숟가락 내려놨는데. 내일 아침에 먹자.”
녀석이 빈둥빈둥 여기저기 하릴없이 방황을 시작한다.
난 못 본 척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드라마를 보는 척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부야, 밥 먹은 지 얼마나 됐지?”
“언니, 오늘 힘들었어? 누우려고? 아직 한 시간 안 됐어.”라며 안 된다고 손 사래질이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누우면 눕고 싶을까 봐, 날 못 누워있게 말리고 있는 거 다 알아.’라는 나의 눈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뚱한 얼굴만 하고 있다.
“너 연습하면 2Km 뛸 수 있겠어? 매일 연습해야 해.”
아무 말 없이 앉아 날 쳐다보는 그녀.
“이리 와봐. 스트레칭부터 해야지. 길동이 봐라. 나가는 줄 알고 아주 온몸을 쫙쫙 편다.”
“언니도 같이해 줄 거야?”
손목 풀고, 팔도 풀고, 발목 풀고, 다리도 풀고, 목도 앞뒤로 좌우로 대각선으로 쭉쭉 핀 다음 돌립니다. 이제 다리를 펴고 몸통을 구부려요. 다음 뒤로 꺾어요.
두부가 얼마나 몸을 안 움직였는지 다시 ‘바오’로 변신해 바둥바둥 거린다.
“자 이제 나비자세. 발바닥 붙여서 엉덩이 쪽으로 가까이 그리고 무릎을 바닥에.”
“언니, 발바닥과 엉덩이 사이에 태평양이 생겨버렸어. 너무 멀어서 안 닿아.”
나는 거실 바닥을 웃느라 뒹굴어 다니고, 두부는 어떻게든 붙여보겠다며 앞뒤로 구르고 있다.
“이제 몸을 풀었으니, 운동장으로 가볼까?”
“그런데 언니 뭐 입어?”
“레깅스, 스포츠 탑, 운동할 때 신는 양말, 가벼운 긴소매 티 정도. 너 조깅화는 있지?”
“전에 야유회 갈 때 사둔 조깅화 있어.”
“이제 출발해 볼까. 첫날이니까. 가볍게 걷는 거야.”
“얼마나 걸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머리에서 지진이 났다. “두 바퀴?”
“그 정도면 껌이지.”라며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한다.
‘에휴~ 천천히 하라니까.’
초등학교 운동장을 네 바퀴 정도 돌았나, “헉헉, 언니, 얼마나 더 돌아야 해?”라며 옆에 와서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한 바퀴는 뛰어 볼까?” 두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질러 나가기 시작한다.
헉헉거리는 두부에게 다가갔다.
“어때?”
“시원해!”
“넌 지금 몸이 무거워서 무리하면 안 돼. 단거리는 순간 스피드가 중요하지만, 장거리라는 거에 집중하자. 항상 같은 패턴으로 뛰어야 해. 점점 속도를 같이 늘려나가야지. 빨랐다 느렸다는 적응하는 데 좋지 않아. 항상 같은 속도. 알았지?”
“오호, 같은 속도.”
“내일 다리 아프겠다. 다리 툭툭 털면서 집까지 간다.”
뒤꿈치 들고 콩콩 뛰고, 집에 들어와 마지막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언니 지금 뭐 먹으면 안 되지?”
설마 하고 고개를 들어 두부를 보니 얼굴을 찡그리고 하얀 액체가 들어있는 위장약을 들고 있다.
“왜 속이 안 좋아? 약은 먹어도 돼. 그래서 갑자기 뛰면 안 되는 겁니다. 매일 할 수 있겠어?”
“해야지.”라며 결심한 얼굴로 서있다.
그래 이건 ‘다이어트’가 아니다. 너의 2Km 마라톤을 위해 우린 연습하는 거다.
두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