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다짐만 하는 자와 사는 삶, 힘들다

내가 시킨 두부의 다이어트

by 서진

아침이다.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동생 두부는 출근했다.

나는 자유다.

눈을 떴다.

밥을 하자.

배가 고프다 못해 감각이 둔해졌다.


저녁에 냉동실에서 꺼내 논 소고기를 살폈다. ‘잘 녹았네.’

두부와 알 배추를 꺼내고, 깻잎도 꺼내고, 냉동실에 썰어 놓았던 대파도 꺼냈다.


‘서진아, 서두르지 않아도 돼. 이제 네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을 수 있어.’라고 내 마음은 날 달래지만 손이 멈추지 않는다.


끓여 놓았던 콩나물국 냄비 뚜껑을 열고 국물만 조그만 웍에 따랐다. 그리고 가스레인지 불을 켠다.

콩나물 국물에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는다.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고 한소끔 끓이고 배추를 씻어 듬성듬성 썰어 콩나물 국물에 넣는다.

두부를 꺼내 썰다가 떨어트렸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서진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라고 하지만 한모 몽딸 썰어 넣었다.

녹인 소고기도 저며 썰어 넣었다.

자글자글 잘 익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애호박과 감자도 같이 넣어 끓였을 것인데, 우리 동네 유일한 마트인 하나로까지 갈 기력이 없다.


이젠 콩나물과 파 그리고 깻잎 순으로 넣어 익기만을 기다렸다.

그사이 남은 소고기도 구워 놨다.


식탁에 냄비 판을 깔고 작은 웍을 통째 놓고 구워 온 고기도 프라이팬 채 올려 놓았다.

차려진 된장에 고추장을 넣은 이름 모를 짜글이와 구워진 소고기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의자에 털썩 앉았다.


이젠 배가 고프지 않다.


어제 아침.

창문에 어렴풋이 보이는 거무스름한 회색이 살포시 섞인 푸르스름한 빛이 비치는 것이 동이 터 올랐다.

벌떡 일어나 포트에 물을 올리고 찬물을 컵에 따랐다. 그리고 다시 데워진 물을 부어 마셨다.

고양이 세수만 겨우 한 체 토스트 한조각도 못 먹고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 화요일에 연제를 시작한 글을 올리기 위해 집으로 들어왔다. 허둥지둥 글을 올리다 보니 점심 식사를 거르고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 일까지 치르고 들어오니 우리 집 강아지는 놀아달라 치대고 집안은 엉망이었다.

세탁기를 돌려 빨래통을 비우고 주섬주섬 집에 늘어진 물건들을 치우며 커피를 한잔 타 마셨다.

식탁 위에 두부가 사 온 ‘옥수수 술빵’이 보여

포크로 대충 잘랐다. 커피와 궁합이 맞는지도 모르고 몇번 욱여넣은 것 같았다.


잠시 앉아 남은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열어 보다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데 두부가 퇴근하고 왔다.

동생 두부에게 “언니가 바빠서 밥을 못 했네. 뭐 먹을까?” 하며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언가 일거리를 찾으며 “언니만 먹으면 돼. 난 안 먹을래.” 하는 기운 없고 뭔가 불만이 쌓여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눈을 내리깔고 나와 눈을 맞추지 않으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회사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이유를 안다. 분명 먹는 일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난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8시, 이 시간이 지나면 저녁을 먹지 못한다.

“아무래도 난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 아니면 배고파서 잠이 안 올 거야.”

“언니, 뭐 먹고 싶은데?”

“갑자기? 음음음 나가서 먹을 수 있다면 짜장면. 나 진짜 배고픈가 보다.”

“내가 오늘 저 바지가 힘들지 않았다면 먹으러 가자고 했을 텐데.”

“그래서 장보러 도시 나갔을 때 바지 하나 사 오자 했지.”

이 바지가 작아 질줄 몰랐지. 커서 못 입던 바지 허리가 꽉 조여서 오늘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네가 관리 못 해서 그런 걸 언니가 어찌해?”

우울한 얼굴로 반려견 길동이를 바라보는 두부에게 더는 먹는 이야기는 못 할 것 같았다.


10시, 아까부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커지고 있었다.

갑자기 아까 얘기한 짜장면이 생각나더니 탕수육, 후라이드 치킨, 피자, 삼겹살 아니 그냥 겉절이에 미지근한 밥이라도 먹어야겠다는 위장의 몸부림에 머리는 멈추어 버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난 콩나물국에 밥이라도 말아먹어야지.”

“언니, 참아 지금 먹으면 안 돼. 나도 먹고 싶단 말이야.”하며 간절한 눈길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 날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나도 안다. 두부는 지금, 라면과 온갖 종류의 배달 음식과 인스턴트 음식이 먹고 싶음에도 참고 있다는 걸.


“놔봐. 물배라도 채워야겠어.”

난 터벅터벅 걸어가 포트에 물을 데우고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컵에 따랐다. 그리고 데워진 물을 찬물에 따라 마시며 동생을 바라봤다.


“언니 이것 좀 봐. 다리가 부어서 양말 자국이 안 사라져.”

“부종은 아닌 것 같아. 살이 찌니까 하체가 힘들어하는 거겠지.”

“길동이 산책시키면서 운동장 두 바퀴나 돌았는데.”

“얌마, 꾸준히 운동해야지 살 빼야겠다고 생각할 때만 운동하면 몸도 욕해. 아마 네 몸도 알걸. ‘오늘 하루 이러고 말 거야.’라며 꿈쩍도 안 할걸.”


“아무래도 안 먹는 게 최선인 것 같아.”

“너만 안 먹으면 되는데 난 왜 못 먹게 해. 금식 다이어트 시작하면 나 밥 먹을 때마다 째려보잖아. 안 그럴 자신 있으면 시작하고. 대신 몸은 망가진다. 지금 네 위장에 붙은 용종을 생각해 봐. 너의 몸은 요요가 만들어낸 산물이야.”

“언니가 먹으면 나도 먹고 싶으니까.”

“이런 이기적인 놈을 보소. 그만. 그만. 욕심 그만 부리시고 관리 잘하세요. 잠깐 굶어 살을 빼고 다시 먹겠다는 거잖아. 난 잘란다.”


자기 조절이 가장 필요한 것이 먹는 일인데, 식탐이 많은 두부가 다이어트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운동보다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것이 좋고, 건강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보다 배달 음식이나 인스턴트처럼 간편하고 금방 배 꺼지는 음식을 좋아하니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힘든 마음을 가진 두부다.

요런 연유로 나는 어젯밤 배고픈 배를 부여안고 잤다.


생각해 보니 약이 올라 나의 기가 막힌 행동을 사진에 담았다.

‘이걸 두부에게 보내?’

그럼 약 오르겠지.

크크크



https://brunch.co.kr/@ginayjchang/42


https://brunch.co.kr/@ginayjchang/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