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 리핏 사인 다이어트. 2-2

다이어트 -10

by 서진

남들이 보기엔 두부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는데, 내가 억지로 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두부의 다이어트는 내가 산천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했다.

두부의 다이어트는 스타카토 같은 유형과 금방 지쳐 다시 돌아오는 리핏 사인(도돌이표)을 병행하며 무한 반복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안 먹고 살을 빼겠다는 두부를 말리지 않았다.

먹고살아야 하는 내가 밥을 하거나, 상을 차리면 먹겠지라고 생각해, 별 걱정하지 않았다.


이 산천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읍 도서관에서 강의가 들어와, 나는 산천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바로 자료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주로 식탁에서 책들을 쌓아 놓고 일하던지, 앉은뱅이 접이식 밥상을 놓고 일을 했다.

난 밥상 위에서 일하기를 좋아한다. 직업 때문인가 책상보다 밥상 위가 왠지 편하다.

그러다 보니 두부도 주로 누워서 책을 보다가 서서히 식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의 대화가 시작됐다.


“나 굴젓 담아 논거 먹을 건데 먹을래?” 난 자료를 정리하며 두부를 살짝 떠보았다.

"굴젓만?" 두부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안 좋아한다.

“아니 굴밥도 할 거야. 표고 넣고. 이번이 마지막 굴이야.” 난 두부 얼굴을 바라보며 마지막이라는 걸 강조해 주었다

“그럼 나도 먹을래.” 지금 그녀는 일주일이 넘게 아침과 저녁을 먹는 나를 째려보고, 그런 두부에게 밥을 권하지 않았었다. 이때다 싶어 난 잽싸게 식탁에서 튀어나와 굴밥과 어리굴젓으로 상을 차려줬다.


“맛있어?” 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응 언니 맛있어. 이건 칼로리가 적어서 살 안 찌겠지?” 먹으면서도 살걱정을 하는 두부.

“굶으면서 다이어트하면 요요 심해진다.”

“그래도 살은 잘 빠지잖아.” 고생했던 결혼 생활의 흔적을 그녀는 지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건강이 안 좋아지잖아. 그리고 너! 너! 짜증 내잖아. 아니 너 밥 안 먹는다고, 밥 먹는 사람 째려보면 어쩌냐?”

“언니도 같이하자?” 내가 밥 먹는걸 계속 째리더니 이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나를 끌어들인다.

“뭘?” 난 놀란 눈으로 두부를 똑바로 쳐다봤다.


“다이어트?” 눈은 굴밥으로 향해있는 두부, 자기가 생각해도 민망한가 보다. 난 여기서 더 빠지면 체중미달인데.

“난 안 먹고는 못살아. 꾸역꾸역 먹고살 거야. 지금보다 살이 더 빠지면 사람들이 무섭데. 난 나의 통통한 얼굴을 선호해.” 나는 살이 약간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두부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언니는 살이 문제가 아니고 눈빛이 무서운 거야.”

“그래도 살이 오르니까. 좀 부드러워 보이지 않냐?” 내가 보기엔 내 얼굴이 부드러워 보이는데.

“언니 강의할 때 언니 얼굴이 어떤지 모르지?” 두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단지 화제를 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알겠냐, 거울 보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하며 내 얼굴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내 얼굴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나를 두부가 자극하고 있었다.

“다들 재미있다는데. 긴말 말고, 난 먹고살 거야. 여하튼 너 살 좀 빠졌다 싶으면 또 막 먹을 거잖아?”

“이번엔 안 그럴 거야.”하고 말은 하지만 난 두부의 건강이 걱정이었다.


그리고 두부가 원하던 몸무게에 가까워져 왔다.

“언니 언니. 나 00kg이야. 와~ 두 달 만에 이 정도면 성공이지?"

"응. 다시 찔 텐데 뭐." 난 두부의 얼굴도 안 보고 심드렁하게 대답을 했다.

"그럼 살 안 찌는 걸로 언니가 해주라?" 난 대답대신 눈을 내리깔고 두부를 살펴봤다. 얼굴에 '언니 나 밥이 그리워.'라고 쓰여있다.

"많이 먹으면 다 쪄. 어떤 연예인인가 하여간 TV에서 봤는데 과일 먹으면 살 안 찐다 해서. 밥 대신 먹었데, 그랬더니 더 쪘다네. 배고파서 한 박스를 드셨다던가."

"난 과일 안 좋아해." 식탐조절이 안 돼 단식으로 다이어트하는 두부가 밥을 먹겠다는 얘기다.


"나 고등학교 때 말이야." 두부에게 내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줬다.


내 고등학교 시절 내 앞에 앉았던 친구, 별명이 ‘하마‘였다. 뚱뚱해서.

하마가 고민을 털어놨다. 이번 공연에서 자기가 제일 뚱뚱했다고. 하마는 성악을 전공했다.

하마: 너도 운동해.

서진: 무슨 운동?

하마: 너도 에어로빅이나 헬스 겉은 거 다니냐고?

서진: 아니. 화실 끝나고 집까지 뛰어가.

우리 집은 서울로 치자면 명동 한 복판에서 뛰면 15분 정도 걸렸다. 난 매일 뛴 덕에 10분 걸렸지만.

하마: 운동하면 살 빠질까? 난 무슨 운동하면 살이 빠질까?

서진: 나도 모르지. 그건 네가 찾아야지. 그런데 너 살은 뺄 수 있겠어?

하마: 서진아, 넌 뭐 먹고 사니?

난 결혼하기 전까지 50kg을 넘어 본 적이 없었다. 아마 20대 초반까지 50자리에 들었던 적이 없다.

서진: 나 밥.

하마: 아니, 채소를 많이 먹는 거야?"

서진: 라면 안 먹고, 고기 잘 안 좋아하고, 채소 위주로 먹지. 그래도 매일 밖에서 밥을 먹으니까. 이것저것 애들이랑 같이 먹지 뭐. 우리 떡볶이 자주 먹는데.

나도 미술 전공으로 밤늦게까지 화실에 있어야 해서 친구들과 매일 저녁을 사 먹었다.

서진: 근데 넌 문제가…. 많이 먹어!

하마: 내가?

서진: 너 내 밥도 덜어 먹잖아?

하마: 그건 네가 안 먹어서.

난 고개만 끄떡였다.


언젠가부터 하마가 힘이 없어 보였다.

하마: 서진아?

서진: 얘들아, 하마가 또 뭐 물어볼 게 있나 봐. 모여봐. 응 얘기해? 그런데 너 어디 아파?

하마: 나 요즘 에어로빅 다녀.

서진: 진짜 운동하네.

하마: 저녁밥도 안 먹고.

우린 그런 하마를 둘러보았다.

서진: 살은 안 빠졌는데?

하마: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야. 너희 끝나고 야식 먹고 들어가지?

서진: 응.

하마: 나 아무것도 안 먹고, 연습 끝나면 에어로빅 가거든. 그런데 살이 안 빠져.

서진: 너 안 먹고 연습이 돼? 그런데 왜?

하마:나도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서진: 네 친구들이 다 뚱뚱해서 그런 거 아닐까? 너도 모르게 먹고 있을지 모르잖아.

하마: 아니야.

서진: 그럼 학교 끝나고 뭐하는지 설명해 봐.

하마:그러니까 나는 학교가 끝나고......

서진: 그럼 살이 빠져야 하는데. 운동 끝나고는

하마: 운동 끝나고 야식은 안 먹고 탄산음료 정도.

서진: 얼마큼?

하마: 한 병.

서진: 혹시 1lm 다 마셔?

하마:땀 흘리면 목이 타니까.

서진: 그냥 밥 먹고 음료수 마시지 마. 너 콜라 먹는 하마냐!

아이들은 더 들을 것 없다며 흩어졌다.

하마는 물 종류는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될 거로 생각했단다.

그럼 밥은 똥으로 안 나오냐!


그 후, 한동안 하마는 우리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하지만 다시 뚱뚱이 친구들과 간식을 먹으며 음악실로 뛰어갔다.


"언니 얘기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하는 동생.

"언니랑 먹는 습관을 바꿔 보는 건 어때?"

손가락을 입에 대고, 눈을 내리깐 두부는 아직도 생각 중이다.

"언니가 같이해줄게."


"나도 해 볼까?"